잊혀져 가는 생활도구 <45>
잊혀져 가는 생활도구 <45>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8.03 10: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마니틀

한겨울 사랑방 호롱 아래 착~척~ 금실좋은 부부 행복을 짜네

▲ 두툼한 나무로 기둥을 맞추어 고정시킨 가마니틀. 농가 집집마다 비치하고 가마니를 짜냈다. 가족들이 협력해 겨울내내 100여장의 가마니 만들어 농경사회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것이 곡식을 담는 용기인 '가마니'다. 가마니는 곡식을 담기도 하지만 올해같이 집중폭우가 내려 하천제방이 무너지거나 논둑이 무너져 내리게 되면 제방을 보호하기 위해 가마니에 모래나 흙을 담아 쌓아 물길을 잡기도 하고 사람들이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눌때 깔개처럼 쓰이기도 했다. 가마니는 볏짚으로 짜는데('친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가마니를 짜는 '틀'은 굵고 두툼한 나무로 직사각형의 틀로 만들어졌으며, 양쪽에 비스듬히 기둥을 세워 그 기둥끝에 둥근 나무로 가로 끼워 만든다. 윗틀의 이도리와 밑의 바탕받침에 38줄의 새끼로 둘러감아 날줄로 하는데 새끼줄이 반드시 38개의 구멍이 뚫린 '바디'를 통과하도록 했고, 벌어진 새끼줄 사이로 바늘코가 달린 긴작대기로 볏짚을 먹여 바디로 내려치면 가마니가 제작됐다. 가마니를 치는데 사용되는 가늘게 꼰 새끼는 날새끼라 하는데 가마니 한장을 치는데 사용되는 새끼는 약60발(한발은 사람이 팔을 벌렸을 때의 길이로 약150), 90m정도가 필요하다. 가마니를 치기위해서는 날새끼와 추려진 짚(볏짚을 흔들어 겉껍질을 볏겨낸 매끈한 상태)을 쌓아놓으면 가마니치기(짜기)가 시작되고 손 잘맞는 젊은이 두사람이 하루에 10장을 칠수가 있다고 한다. ▲ 가는 새끼 38줄을 가마니 틀에 걸고 한사람이 짚을 먹이면 또 한사람이 바디를 내리쳐 한 올 한 올 가마니가 완성된다.
보통 가정에서는 가족들이 협력하여 3장 또는 5장을 치는데 화로에 고구마를 구워 먹으며 추운 겨울 동안 100여장의 가마니를 쳤다고 한다.

정부는 해마다 '고공품'(藁工品짚이나 풀줄기 등으로 만든 수공품, 가마니 돗자리 따위) 수매라고해서 가마니와 새끼를 농민들로부터 사들여 정부양곡을 도정해(찧어) 가마니에 담고 비축하기도 했고, 홍수때 제방이 붕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수방품으로 비축하기도 했으며, 이재민들이 생기면 천막을 치고 깔개로 사용하기도 했다.

정부가 사들이는 가마니는 농가 한세대당 50장정도이고 새끼는 3타래, 가마니 한장 수매 가격은 35원, 지금 수준으로 3500원 정도라고 한다. 가마니는 일제시대 일본인들에 의해 개량 확대되어 전국적으로 통일된 규격을 생산, 가마니에 넣은 곡식의 량이 일정해 도량형으로 인식되기도 했는데 쌀일 경우 가득채우면 90, 적당량은 80정도로 통용돼 왔다. 즉 쌀 1가마는 80, 반가마는 40 등으로 인식돼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를 기준으로 값이 통용돼으로 팔고사는 상행위가 이뤄졌다.

가을걷이가 끝나고 햇짚을 엮어 초가지붕을 해이고 나면 남은 짚은 좋은 것은 가마니를 치고 나머지는 쇠죽을 끓이는 여물로 쓰였다.

가마니는 사랑방이나 넓은 마당에서 공동작업으로 이루어지고 각 가정에서는 부녀자들까지 가마니 짜기가 시작돼 겨울내내 가마니를 쳐냈다.

오랫동안 폭넓게 사용되던 가마니는 합성수지 나일론 부대(자루)가 대량으로 나오자 가마니 사용이 점차 줄면서 지금은 아예 없어지다시피 했다. 합성수지 부대는 값이 싸고 질기고 튼튼하며 부피가 적고 가벼워 인기를 끌었다. 결국 가마니가 뒤안길로 사라지자 가마니를 치던 가마니틀도 창고속에 방치되거나 골동품상에 팔려 나가게 됐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