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나로호 발사 실패
안타까운 나로호 발사 실패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2.10.29 05: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부국장(천안)

우스갯소리겠지만, 삼성이 했으면 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나로호 발사 실패 후 나온 말이다.

3차 발사마저 실패하니 국민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대한민국 태극기를 몸체에 새기고 우주를 향해 치솟는 나로호의 모습을 지난 금요일 오후 TV에서 보길 기대했던 사람들이 한둘이던가.

어이없게도 실패의 원인은 단돈 몇만원짜리 고무 링의 결함으로 밝혀졌다. 기밀유지용 실(seal)이라는 건데 이게 찟겨져 버렸다. 다른 발사체의 더 중요한 부품들이 숱하게 많을 터인데 아주 기본적인 밀봉장치 부품의 손상을 사전이 발견하지 못했다는 게 허망하기만 하다.

더욱 실망스러운 건 이번이 세 번째 도전이었다는 점이다. 2009년 8월 25일 첫 발사 실패에 이어 2010년 6월 10일 2차 실패, 그때 느꼈던 실망과 좌절이 또다시 반복되는 건 아닌가.

다행인 건 결함을 사전에 발견해 재발사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고무 실의 파손이 주원인이라면, 그래서 그것만 갈면 되는 거라면 보통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다. 만약에 그걸 발견하지 못하고 그냥 발사시켰다가 공중에서 또다시 발사체가 폭발하는 장면을 우리가 봐야 했다면 그건 재앙 수준이다.

국민 세금 5000억원이 그냥 날아가는 순간 아닌가. 그러나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 고무 실이 애초에 파손된 게 들어가 있었다면 사안은 단순하겠지만 장착된 실이 외부적 요인으로 파손됐다면 문제는 복잡해진다.

당장 한국과 러시아 연구진은 금주 중 나로호 3차 발사위원회와 비행관리위원회를 열 예정이다. 회의 전까지 고무 실 파손이 단순 부품 파손인지, 아니면 다른 복합적인 이유가 있는지를 규명하고 나서다. 이런 일정을 감안하면 우리가 국제기구에 신고한 발사 최종 예정일인 이달말까지 발사는 사실상 무산된다. 안타깝지만 결과를 지켜보고 내달 이후에나 다시 재발사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오비이락일까. 지난 8월 민주통합당 박홍근 의원은 정부가 대통령의 임기 내에 무리하게 나로호 3차 발사를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회 교육과학기술위 전체회의에서 “총 5205억원의 예산을 들여 오는 10월 3차 발사를 앞두고 있는 한국형 우주발사체 나로호가 사업계획보다 6개월이나 앞당겨져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폭로했다. “정치적 이벤트 차원에서 무리하게 추진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당시 그의 말은 흐지부지됐지만, 예정일보다 반년이나 앞서 발사가 추진된 것이 사실이라면 그냥 넘어갈 일은 아니다.

이번 발사 실패 후 여러 얘기가 나온다. 기술 이전 없이 발사 비용만 대고 러시아에 주도권을 내준 때문이다, (러시아와의 발사 계약이) 알맹이도 없는 손해 보는 계약이었다, 과시용으로 위성만 띄우는 게 뭔 의미가 있느냐 등.

하지만, 그렇게만 볼 일은 아니다. 우주 개발은 먼 국가 장래를 볼 때, 또 우리의 IT기술의 진화를 위해서도 필연적인 국책과제다.

안타까운 건 우리의 처지다. 세계 우방(?)들의 견제를 받는 상황에서 가까스로 러시아에 구애해 나로호 발사도 비로소 현실화됐다. 가까운 일본이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1970년 자국의 발사체로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한 것과 인도가 러시아로부터 기술 이전을 통해 1980년 자체 발사에 성공한 전례를 보면 비참하기까지 하다.

2020년 자체 기술로 달 탐험에 도전하겠다는 우리 항공우주연구원의 포부가 과연 이런 상황에서 현실화될지 궁금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