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136>
궁보무사 <136>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06.07.27 09: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발 저희들을 믿어주십시요
24. 소용돌이 속에서

"어라, 이 자식들이 시치미를 뗀다."

상급자 병사가 무섭게 두 눈을 부라리며 강치 일행을 노려보았다.

"아, 아닙니다요. 정말로 저희들은 모르는 여자이옵니다. 그리고 저 시체는 여자가 아닙니다. 자, 보십시오. 세상에 여자 구멍이 저렇게 생겨 먹은 경우가 어디에 있습니까요"

강치가 죽은 양지의 두 다리 사이에 헐렁하게 뚫려있는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켜 보이며 덜덜 떠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 여자 구멍이 왜 저렇게 생겨먹었는지는 오히려 우리가 너희들에게 물어봐야할 것이다. 이놈들! 왜 저런 여자같지도 않은 걸 함부로 보내어 우리 성주님을 다치게 만들었지"

상급자 병사가 날카롭게 다시 물었다.

"예에 아, 아닙니다요. 절대로 아닙니다요. 저희들이 무슨 억하심정이 있다고 만나 본 적도 없는 이곳 성주님을 다치게 합니까요"

"억울합니다."

"저희들은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질 좋은 여자를 골라 필요로 하는 자한테 제값 받고 넘기는 일 밖에 하지 않았습니다요. 비싸게 값을 매겨 판적은 있었어도 도둑질이나 나쁜 짓 따위를 한 적은 결코 없었습니다요."

"여자가 저렇게 뒤바뀐 걸로 보아하니 여기엔 필시 무슨 곡절이 숨어있을 것입니다요."

"제발 저희들을 제발 믿어주십시요."

강치 일행은 이렇게 싹싹 빌어가며 자기들의 결백함과 억울함을 호소하였다.

바로 이때, 호리호리한 체격을 지닌 30대 초반의 사내가 이들 앞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그러자 주위에 있던 병사들이 일제히 그를 향해 공손한 태도를 취해 보였다.

주성! 이 호리호리한 체격을 지닌 사내 이름은 '주성'이었다.

주성은 팔결성내 치안을 담당하고 있는 자인데, 팔결성 수비대장 '주중'의 사촌 형이었다. 주성은 원래 자기 손등에 꽂혀진 나무 가시 하나도 제대로 뽑아내지 못해 쩔쩔 매거나 한밤중에는 겁이 나고 무서워서 뒷간에 함부로 가지도 못하는 겁쟁이였다. 그가 혼인을 한 첫 날 밤에 아내가 된 여자의 아래 그곳에서 줄줄 흘러내리는 붉은 선혈을 보고 깜짝 놀라 신부가 칼에 찔려 피가 쏟아지고 있다며 소리치고 신방에서 튀어나오는 바람에 망신을 당하고 말았던 것은 팔결성 내에 널리 알려진 일화이기도 했다.

사실 그의 집안 가문이 워낙 좋다보니 지금 이렇게 출세를 한 것이지 냉정하게 그의 자질만을 놓고 따져본다면 마구간에 물을 퍼다 나르는 역도 제대로 해내지 못할 만큼 아주 나약하고 옹졸하기 짝이 없는 위인이었다.

그러나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 하나는 가지고 있듯이, 주성은 죄인을 엄하게 다뤄가며 심문하거나 모진 고문을 가하여 자백을 받아내는 기술에 관한한 일가견을 가진 인물로서 널리 알려져 있었다. 즉, 그는 자기 몸을 지극히 아끼고 사랑하되 남의 몸을 아주 우습게 대하는 탓에 오늘날 이런 막강한 지위에까지 오르게 된 것이다.

주성은 강치 일행을 싸늘한 눈초리로 대강 훑어보고 나더니 아주 짧게 내뱉듯이 말했다.

"놈들을 내가 조사해 보겠다. 모두 발가벗겨서 내게 데려와!"

"아, 아이고! 아니, 저희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그러십니까"

"나리! 정말이지 저희들은 아무것도 모르옵니다."

"억울하옵니다. 누군가의 모함입니다."

"저희들은 단지 이곳 성주님을 만나 뵙고."

강치 일행은 냉정하게 돌아서는 주성에게 울며불며 통사정을 하려했지만 그들 주위에 있던 병사들이 이러는 이들을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병사들은 마치 근질거리던 몸을 풀듯이 발길로 마구 걷어차고 주먹질을 해가며 강치 일행을 몽땅 다 발가벗겼다. 그리고는 쇠가죽 끈으로 그들의 손발을 단단히 꽁꽁 묶어버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