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부국장(천안)대한간호사협회 소속 전국의 간호사 1500여명이 천안서부역 광장에서 집회를 했다. 상의를 흰 티셔츠로 통일한 이들이 모인 목적은 의료법 80조 개정을 반대하기 위해서다.
다른 곳 천안터미널 앞에서는 유사(?) 직종인 간호조무사들이 모여 시위를 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 소속 500여명의 회원들이 전국에서 몰려와 법안 통과를 요구하는 맞불 집회를 했다.
천안이 시위장소가 된 이유는 개정안 발의를 천안출신 양승조 의원이 했기 때문이었다.
양측간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개정안은 첫째 간호조무사 명칭을 간호실무사로 바꾸도록 하고 있다. 두번째는 현재 시·도지사가 간호조무사에게 내어주는 자격증을 보건복지부 장관 면허로 대체하는 것이 골자다.
간호사협회는 일단 명칭 변경에 강한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다. 간호실무사란 명칭이 실제 간호 실무를 맡는 이를 지칭하는 표현인데 개정안대로 간호실무사로 바꿀 경우 국민이 헷갈릴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반면 간호조무사협회는 간호조무사란 명칭이 성적 비하 논란을 야기시키고 무자격 간호보조원과 혼동되기 때문에 마땅히 변경돼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두번째 쟁점인 간호조무사 자격증의 면허제 대체에 대해 간호사협회는 의료인이 아닌 간호조무사에게 면허를 내준다는 것은 보건 의료 인력 양성 체계를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간호조무사협회는 양질의 간호조무사를 배출하고 체계적인 인력 관리를 위해서라도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여기서 짚어봐야 할 것은 간호사 및 간호조무사의 명칭에 대한 정의다.
현행 의료법은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상병자(傷病者)나 해산부의 요양을 위한 간호 또는 진료 보조'로 규정하고 있다. 간호조무사에 대한 업무 범위는 간호보조 업무와 진료보조 업무를 모두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말 그대로 보조 활동을 하는 직종인데 여기에 실제 일을 한다는 뜻의 '실무'를 붙여 간호실무사로 변경한다는 것은 어폐가 있다.
아무리 사기 진작 차원이라지만 명칭을 이왕 바꾸려면 다른 좋은 말을 선택해야하지 않을까. 조무(助務)란 뜻을 말그대로 해석하면 힘써서 도와준다는 뜻이다. 국어사전에도 나와있지 않은 조어(造語)가 버젓이 국가 법령에, 간호조무사란 명칭에 붙여져 쓰이는 것은 잘못됐다. 당연히 다른 명칭으로 바꿔야 한다. 그러나 전혀 상반된 뜻의 실무(實務)란 단어로의 대체는 곤란하다.
다음은 자격증의 면허 대체인데 국민 건강 최일선에서 활동하는 간호조무사의 역할을 감안하면 보건복지부의 통합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환자를 돌보고 간호 업무를 보조하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더 설득력이 있다. 방법이 문제이겠지만 보건복지부가 묘안을 짜내 양 단체가 납득할 수 있는 선에서 결말을 지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번 의료법 개정이 병원들의 이해와 결부되어선 안된다. 간호사협회는 벌써부터 이번 법안이 개정되면 간호 인력을 간호조무사들이 대체해 간호사들이 설자리를 잃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상당수 병원들이 많은 이익을 내면서 정작 일선 간호사, 간호조무사들에겐 제대로 처우를 해주지 않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지출을 아끼려고 규정상 의무고용 인력을 쓰지않는 병원도 많다.
의료 인력 시장이 포화상태라고 방관만 할 게 아니다. 간호사, 간호조무사들이 제대로 대우받을 수 있도록 처우와 고용에 대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 제시돼야 한다.
저작권자 © 충청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