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 자
노동으로 단련된 희고 깨끗한 근육의 당당한
죽음.
이승희
이마에 잎들을 달고
햇살을 살아보고 싶었던
억압된 줄기,
그 생의 아름다운 씨눈.
시집 '저녁을 굶은 달을 본 적이 있다'(창비)중에서
<감상노트>
눈을 뜨기 위하여 어둠의 길을 짚으며 산 순한 밥이 여기 있다. 노동으로 이룬 몸이 참 곱게도 익었다. 아,
뜨거운 영혼의 힘! 감자를 먹을 때는 꽃을 생각하시라. 그 젊은 꽃에 아늑하게 담기던 벌과 나비의 꿈을 생각해 보라. 가끔은 바람도 가다가 잠시
쉬며 우는 꽃이다. 얼마나 따스했으면 감자꽃 안에 집을 짓고 사는 것들 그리 많았을까. 감자를 먹다가 가끔 데는 것은 그 뜨거운 정열들이 가끔
기지개를 켜고 일어날 때다. 얼마나 장한가, 감자는 온몸이 토막 나도 씨눈 하나로 줄기를 데리고 가족을 이룰 줄 안다. 감자 한 알에 우주가
숨쉰다. 거저먹지 마시라. 그대는 감자처럼 노동으로 하루를 살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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