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명예퇴직 급증과 학생인권
교사 명예퇴직 급증과 학생인권
  • 오창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12.08.15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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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오창근 칼럼니스트

최근 도내 전체 교원들을 대상으로 올해 명예퇴직 희망신청을 받은 결과 지난해 144명보다 118명이 많은 232명이 명퇴를 신청했다고 한다.

이와 같은 현상은 충북도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전국적인 현상으로 파악되고 있다.

명예퇴직의 이유로 학생인권조례 제정과 교원평가에 대한 불신이 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학생지도의 어려움으로 중등교사의 명예퇴직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붕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교단을 떠나려는 교사가 줄을 잇고, 학교폭력과 따돌림 등으로 자살하는 학생이 급격히 늘어나는 등 학교는 총체적인 문제에 휩싸여 있다.

반면에 충북은 얼마 전 학생인권조례가 주민발의를 통해 유효 서명 수 12.292명을 훨씬 뛰어넘는 16,088명의 청구인의 서명을 받아 도교육청에 제출했다.

주민발의를 통한 학생인권조례제정은 과도한 경쟁이라는 교육패러다임에 매몰되었던 학생들을 교육인격의 주체로 인식하고 인간의 보편적 권리이자 가치인 인권의 틀로 다시금 학교를 바라보자는 도민의 의지가 반영되었다는 평가받고 있다.

교사가 학교를 떠나려는 이유를 학생인권제정으로 교육환경이 황폐해지고 학생지도의 어려움 때문이라고 단정 짓는 것은 동의를 얻을 수 없다.

충북은 아직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지도 않았고 단지 교육청에 서명부를 제출한 상태일 뿐이다.

그러므로 교사의 명예퇴직이 급증한 원인을 학생인권조례제정에 국한해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옳지 못하며 이는 현재 학교가 교사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아이들을 지도할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며 곧 학교가 교사들이 교단을 떠날 수밖에 없을 정도의 내부적 심각성을 이미 안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교사와 학생은 확고한 교육의 주체이며 문제를 풀어갈 책임의 주체이기도 하다. 어느 한 쪽이 우위를 선점해야 하는 갈등과 대립의 대상이 아니다.

학생인권조례는 헌법이 정한 인간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을 나열한 것에 불과하다. 대단한 시혜적 특권을 학생들에 부여한 것이 아니라 헌법에 나와 있는 내용을 주지하는 차원이다. 단지 학생인권조례제정 과정에서 현장에 있는 교사들과 충분한 합의를 통한 이해와 동의를 얻지 못해 학생인권조례가 교권을 위협하고 교사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오해의 수단으로 인식된 점은 있다.

학교폭력으로 인한 학생 자살의 급격한 증가와 교사에게까지 폭력을 행사하는 일부 학생의 몰지각한 행태가 중점적으로 보도돼 교권추락의 원인이 학생에 대한 권리신장을 담고 있는 학생인권조례 때문이라고 몰고 간 보수언론의 매도도 한몫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교사가 과중한 업무로 수업하기도 바쁜데 문제 학생지도까지 해야 하는 현 상황을 방치, 방관하는 교육 당국의 문제도 있다. 교사의 교단 이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문제학생의 지도를 전담할 상담교사를 확충해 교사의 부담을 덜어 주어야 한다. 그리고 현재의 교원 승진제를 대폭 수정해 일정한 경력을 쌓은 교사들이 참여할 수 있는 내부형공모제의 확대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학교현장의 운영과정을 독점해온 행정당국 대신에 교장에 의한 자율적인 학교행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늘 그렇듯 학교문제는 쾌도난마(快刀亂麻)처럼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시대가 빨리 변하고 학생들도 빨리 변한다. 절이 싫어 떠나는 사람을 어떻게 하기도 어렵다. 경쟁 위주의 풍토 속에 인성교육만을 강조하는 것도 어설픈 몸짓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학생과 교사, 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논의해야 한다. 교권과 학생인권은 시비문제가 아니다. 교육환경이 아닌 교육의 가치를 어디에 둘 것인가를 고민하고, 교사와 학생이 독립적이며 자율적인 학교 운영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는 열린마당을 제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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