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침몰, 통쾌했던 주말 새벽
일본 침몰, 통쾌했던 주말 새벽
  • 이재경 천안 부국장
  • 승인 2012.08.12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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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천안 부국장

참으로 희한한 종목이다. 금메달보다 더 통쾌한 동메달이 있다니. 브라질처럼 종교는 아니라지만, 역시 대한민국의 국기(國技)는 축구다. 한국이 올림픽에서 금메달보다 더 기분 좋은 동메달을 따냈다. 상대가 일본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가 브라질을 준결승에서 꺾고 결승에서 멕시코를 이겼더라도 이보다 더 후련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경기 전 세계 유수의 언론과 도박사들은 모두 일본의 승리를 점쳤다. 예선전이 치러지기 전부터 한국은 애초 예선 통과도 힘든 나라로 평가됐다. 스위스가 1위, 멕시코가 2위로 조 예선을 거뜬히 통과할 것이라고 도박사들은 점쳤다. 그러나 우린 1위 예상 국가인 스위스를 2대1로 침몰시키고, 멕시코·가봉과 비겨 8강에 진출했다. 누가 봐도 열세였던 영국과의 경기도 예상을 뒤집었다. 2002 월드컵 4강 쾌거를 재연하며 축구 종가 영국을 침몰시켰다.

그리고 브라질에 분패 후 맞붙은 토요일 새벽의 일본전. 해결사는 박주영이었다. 혈혈단신으로 적진에 침투한 박주영은 골키퍼 1명과 수비수 4명을 바보로 만들며 결승골을 꽂아넣었다. 그는 후반전에서도 구자철의 골을 머리로 도우며 승리의 1등 공신이 됐다. 욕심 같지만 3대0 승리도 가능했다. 전반 5분 누가 봐도 명백한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의 일본 수비수의 반칙을 우즈베키스탄 주심은 외면했다. 우리가 영국전에 당한 2개의 페널티킥 선언 상황을 고려하면 마땅히 페널티킥을 얻어야 했다.  

일본 열도는 패닉에 빠졌다. 결승전 진출까지 장담하며 금메달 실력을 자부하던 일본은 우리에게 열세였던 멕시코에 지며 3·4위전을 준비했다. 이때까지 수치로 드러난 양팀의 실력은 일본의 절대 우세였다. 우리가 4강전까지 3골 5실점을 한 반면 일본은 6득점 3실점을 했다. 일본은 예선 1차전에선 우승후보 0순위인 스페인을 침몰시켰다.

일본 국민 모두는 한국을 가볍게 이기고 44년 만의 동메달을 딸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일본 스트라이커 오츠 유키는 경기 직전 한국전에서 해트트릭까지 하겠다고 호언했다.

결과가 참패로 끝나자 오츠는 ‘돌아올 때 헤엄쳐서 오라’는 비아냥까지 받았다. 경기 전 일본 승리를 예감하며 호들갑을 떨었던 언론과 오츠는 이번 한일전 패배의 원흉으로 지목되며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다.

이번 한일전 승리의 원동력은 뭘까. 전문가들은 투지와 기술에서 우리가 앞섰다고 말한다. 섬세한 패싱게임을 주무기로 삼는 일본을 우리는 ‘초전박살’냈다. 조기 퇴장을 걱정할 정도로 전반에만 경고장을 석 장이나 받으면서도 일본의 기를 꺾어버렸다. 홍명보 감독의 작전이었다지만 경기 내내 선수들의 투혼은 작전 명령과 관계없이 하늘을 찔렀다. 상대보다 한 발짝 더 뛰고, 이를 더 악물었다. ‘사무라이(武士) 블루(일본 축구선수단 애칭)’는 그 투혼에 속절없이 허물어졌다.

“잔디 상태가 나빴다”(세키즈카 일본 감독), “뻥(차는) 축구에 졌다”(공격수 나가이) 등의 핑계는 되레 일본 팬들을 화나게 했다. “(4강전에서) 멕시코에 진 것보다 몇 배 더 분하다”는 일본 주장 요시다의 말이 차라리 솔직했다.

보름 일정의 런던 올림픽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한 한국 축구. 상대가 과거 반성은커녕 독도를 자국 땅이라며 생떼를 쓰는 일본이기에 더 통쾌했다. 사족(蛇足) 하나. 한일전 독도 세리머니로 메달 박탈 위기에 처한 박종우는 누가 구해줘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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