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마을
시가 있는 마을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7.03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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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토막 난 꼼장어가 석쇠 위에서

지글지글 끓고 있다

벌건 양념 고추장을 잔뜩 바른 채

사체 경직의 순간을 고스란히 간직한 닭의 다리가

누구의 멱살이라도 틀어쥐려는 듯

뼈를 오그려 트린 채 쟁반에 담겨 있다

몸통에서 떨어져 나온 돼지 족발

그 비대한 몸에서 떨어져 나온 살점들은

핏물 배인 비닐에 담겨 얼음 속에 냉장되어 있다

(중략)

쓰린 목구멍에 아세틸렌 불꽃을 켜며

토막 난 꼼장어를 씹는,

갈퀴처럼 오그라진 닭의 다리

족발을 물어뜯고 있는

관절이 빠져버린 사람들

-그 정리 해고자들

시집 ‘환상통’(천년의 시작)중에서

그런 눈으로 바라보지 마라. 나도 바다에서 뭐 부러울 거 없이 온몸을 부려 노동으로 살았다. 그런 말로 위로하지 마라. 한때 알을 낳아 남부럽지 않게 병아리들 키우는 꿈으로 살았다. 그런 손으로 떨지 마라. 얼굴 들어 하늘을 볼 수는 없었다만, 순한 눈빛으로 참되게 살려고 했다. 그대가 술로 적시는 아픈 저녁에 한소끔 취기를 위해 질긴 목숨을 바치는 것이니, 그런 슬픈 시로 울지 마라. 이 세상에는 정리 해고되지 않은 자는 자궁 문을 열지 못하고 돌아갔으니, 너무 외롭지 마라. 그대는 아직 살아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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