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 교육부터 다시해야
밥상머리 교육부터 다시해야
  • 오창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11.12.28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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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오창근 <칼럼니스트>

한 달 전 지인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안부를 묻는 전화지만 살갑게 달라붙지 않는다. 통화 말미에 중학교에 다니는 둘째 아들이 학교에서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했고 결국 구타로 인해 꼬리뼈가 부러져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말을 했다.

그의 목소리는 분노로 떨리고 있었고, 학교에 찾아가 항의한 내용과 은근슬쩍 어쩔 수 없는 상황을 강조하며 단순한 학생 간의 폭행으로 덮어버리려는 처사에 억울함이 묻어 있었다.

가해 학생들은 중간 책을 두어 상습적으로 돈을 상납받고 때론 물건을 빼앗기도 했다고 했다.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며 방송사나 교육청 등에 민원을 넣어 이 문제를 공론화시키겠다고 분노어린 말을 남기며 끊었다.

며칠 지나 지인을 다시 만났다. 상벌위원회 결과와 교장 선생을 만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조용히 이 문제를 덮어 버리고 싶다고 했다. 아들이 맞고 다니는 찌질한 학생으로 낙인 찍혀 학교생활이 더 힘들어질 것이 우려스럽다고 했다.

그리고 갑자기 태도가 돌변한 학교 운영위원회와 교장·교감 선생의 간곡한 부탁도 그러한 결심을 하는 데 한몫했다고 했다.

그리고 얼마 후 또 다른 지인을 만났다.

그 학원에 다니는 학생들이 찍은 동영상이라며 내게 보여 주었다. 교단 앞에 불려 나간 남학생이 뒷짐을 진 채 서 있었고, 선생은 그 남학생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그것도 모자라 학생을 무릎 꿇게 하고 또다시 뺨을 후려쳤다. 열다섯 대의 뺨을 맞고 학생은 제자리로 돌아갔다.

맞은 학생의 부모를 찾아가 동영상을 보여 주며 비교육적인 교사의 태도에 문제 제기를 해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고 했다.

학교를 찾아간 부모의 항의로 그 선생은 일주일 정직을 당했고, 그 사건이 더 이상 확대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유는 같았다. 이 일로 피해학생에게 불이익이 돌아오고 학교생활에 문제가 될까 하는 걱정이었다.

대구에서 가혹행위와 상습적인 갈취를 견디지 못하고 중학생이 자살했다.

두 아들의 아비로서 한때나마 아이들을 가르치던 사람으로 유서를 읽어가는 내내 먹먹함이 사라지지 않는다.

지속적인 폭력으로 안으로 곪아가는 그 학생을 두고 공부 열심히 하라고 채근했을 부모와 죽기보다 싫은 학교에 매일 가야 했을 학생의 처지가 눈에 밟혀 사라지질 않는다. 집까지 찾아와 폭행과 가혹행위가 이루어졌다면 그 학생이 피할 수 있는 공간은 아무 데도 없었다.

가해자인 두 학생도 평상시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평범한 학생이라는 기사를 보았다.

들끓는 여론의 분노가 화살이 돼 가해자 학생들에게 평생 주홍글씨로 남을 것이다. 먼 세월을 놓고 보면 이들 또한 우리 사회가 만든 피해자가 아닐까 싶다.

이 사건이 일시적으로 사회적 경각심을 심어 줄 수는 있으나 시간이 지나면 투신하는 학생은 계속해서 나온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앞다투어 처방을 내놓고 있지만, 백약이 무효인 것을 우리 스스로 잘 알고 있다. 내 자식이 당해도 당장 불이익이 두려워 눈을 감아버리는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자녀와 갈등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서는 대화 시간이 3분을 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만큼 어른들은 바쁘고, 자녀는 자기 세계에 대한 폐쇄성을 키워가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입시위주니, 경쟁중심 사회니 하는 거대담론은 덮어 두고 연말연시에 모든 부모가 밥상머리에 앉아 아이들과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대구 중학생의 이야기를 화제로 꺼냈으면 한다.

우리 자녀가 폭력과 왕따의 피해자도, 가해자도 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진심 어린 대화를 했으면 한다. 그래서 탓을 하기 전에 책을 하는 것이 우선된 사회가 돼야 고쳐질 병폐임을 모두가 자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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