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에서 깨달음을 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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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1.10.24 1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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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 나온 종교서적
독서하기 좋은 계절. 가을이다. 이해인 수녀와 고은 시인이 종교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책을 각각 발간했다.

이해인 수녀는 시집을, 고은 시인은 불교의 선을 다룬 대하소설을 통해 현대사회에 던지고 싶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 이해인 수녀 시집 '작은 기도'(열림원·203쪽·9500원)

이해인 수녀는 많은 독자들에게 따스한 위로와 기쁨의 감성을 선물했던 '작은 위로'와 '작은 기쁨'에 이어 이번에 다시 작은 것을 애정 어린 눈으로 보살핀 새 시집 '작은 기도'를 세상에 내놓았다.

이번 시집에서 이해인 수녀는, 크고 빠른 것에 붙들린 나머지, 자신의 삶의 속도를 잃어버린 현대의 독자들에게 작은 것의 고르고 느린 숨소리를 들려준다.

그를 통해 언제나 새롭게 순환하는 생명의 아름다움과 삶의 본래 자리를 일깨운다.

이번 책에서 저자는 시와 기도가 갖는 순정하고 아름다운 것에 대한 찬미, 삶에 대한 긍정을 소박하지만 호소력 짙은 언어로 노래한다.

1976년 발표한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 이후 사랑과 따뜻한 위로의 언어로 많은 독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해 왔던 이해인 수녀의 이번 시집은, 올해 이해인 수녀가 수도 생활 중인 성베네딕도 수녀회의 설립 8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이번 책에는 틈틈이 써 두었던 50여 편의 미발표작에 1999년 초판을 냈던 시집 '다른 옷은 입을 수가 없네' 중 몇 편을 덧붙였다.

암 투병과 사랑하는 지인들의 잇단 죽음을 목도하는 아픔의 시간을 견뎌내 왔던 이해인 수녀는 이번 시집에서 지난날을 겸허히 되돌아보고 현재의 삶을 긍정하는 시인의 깊은 깨달음이 느껴진다.

정호승 시인은 추천사에서 "이 세상이 아름다운 건 해인 수녀의 정성 어린 기도 덕분"이라며 "그녀의 기도는 감사의 기도이자 침묵의 기도이며, 위안의 기도이자 눈물의 기도이며, 사랑의 기도이자 용서의 기도이며, 겸손의 기도이자 존재의 기도"라고 밝혔다.

◆ 시인 고은 대하소설 '선'(704쪽, 2만5000원, 김영사)

오랜 구도의 필력을 지닌 고은 시인(78)이 마침내 깨달음과 선의 세계를 다룬 대하소설을 16년 만에 재발간했다.

대하소설 '선'은 초조 달마에서 2조 혜가, 3조 승찬, 4조 도신, 5조 홍인에 이어 육조 혜능까지 중국 선종 6대조 선사들의 치열한 수행과 삶의 순간을 생생하게 포착하여 깊은 울림을 선사하는 장편 구도소설이다.

철저한 역사적 사료와 문학적 감수성으로 중국불교와 한국불교의 선맥을 유려하게 꿰뚫고, 구도를 향한 간절한 열망과 벅찬 감동의 세계로 초대한다.

오묘한 불립문자, 말 없는 말의 경지를 뛰어넘는 촌철 같은 가르침으로 한국 구도문학의 지평을 한층 넓힌 작품이다.

소설은 부처의 법통 제27조에 해당되는 반야다라를 스승으로 삼고 수행해 온 달마가 중국을 향하는 여정으로 시작된다.

우리에게 익숙한 달마는 당시 중국 불교에 던져진 커다란 도전이자 새로운 나침반이었다.

소승에서 대승으로, 교에서 선으로의 이행이 그것이다.

달마는 "진리가 아닌 말은 없다"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긴 채 그를 시기하는 부처의 무리에 의해 독살당한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이어져 온 방대한 선불교의 흐름을 한 권 안에 모두 담아낸 이 책은, 깨달음의 세계와 선사들의 행적이 눈에 펼쳐지는 듯 생생하게 묘사됐다.

폐불시대에도 달마부터 혜능까지 6조로 법통이 승계되는 장대한 과정이 긴 호흡으로 전개된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중국과 한국 불교를 새롭게 쓰는 한편, 소설적 상상력을 동원해 고승들의 행적과 독특한 수행과정을 실감나게 묘사했다.

딱딱한 선어록에서 선사들의 게송과 선문답을 일화에 따라 적절히 배치했으며, 각 장마다 삽화를 넣어 글의 이해를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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