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 방송 직거래의 위험성과 미디어렙법 제의 필요성
조중동 방송 직거래의 위험성과 미디어렙법 제의 필요성
  • 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 승인 2011.09.14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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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연말에 개국될 예정인 조·중·동·매 4개의 종편(종합편성방송)은 원래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방송이었다는 생각이다. 4개 종편 허가는 여론 다양성을 기본으로 하는 민주주의 언론자유 원칙에 위배되고 결국 한국의 민주주의 자체를 사망에 이르게 할 위험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의 다양성이 무시되고 돈 많은 소수의 사람들이 다수의 신문 방송을 소유해서 언론 내용을 간섭할 때 언론은 허위사실과 왜곡된 정보를 보도하게 된다. 잘못된 여론, 조작된 여론이 형성된다.

부자 언론은 같은 시장원리를 믿는 정권과 유착하기 쉽다. 사회의 여론을 반영해야 할 언론이 소수 대기업과 정치권력의 선전도구로 전락하게 된다. 최근 영국 사회에 큰 충격을 준 루퍼트 머독의 언론과 보수당 정권의 유착이 대표적인 실례다. 머독은 폭스 뉴스 채널을 통해 미국사회를 보수화하고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머독은 공화당의 선전도구 역할을 하면서 미국 민주주의를 타락시키고 있다. 조·중·동은 오래전부터 머독의 신문을 닮아가고 있었다.

과거에는 방송광고공사(코바코)가 광고판매를 대행해서 광고주와 매체가 직접 거래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불공정한 뒷거래를 예방하는 역할을 했다. 그런데 3년 전 헌법재판소가 코바코의 단독 판매대행이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독점을 피하면서도 방송사와 광고주가 직거래할 때 생길 부작용을 규제할 수 있는 새로운 미디어렙(광고판매 대행회사) 체제가 필요했다. 각 방송사가 직접 광고주와 거래할 때 예상되는 온갖 부정과 부작용을 막고 광고시장이 약육강식의 살벌한 진검승부 장소로 바뀌는 것을 막을 체제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컸다. 그러나 MB정부는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종편을 가진 매체가 광고에 유리하다. 반면 방송이 없는 매체는 광고유치에 아주 불리해진다. 생존경쟁에서 탈락할 위험이 있다. 작년에 영국 언론이 진보 보수의 벽을 넘어 머독의 BSkyB 방송 인수를 반대하는 데 하나로 뭉친 이유가 바로 이러한 위기의식 때문이었다. 거국적인 영국 언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보수당 정권은 머독의 방송 인수에 긍정적이었다. 지난 7월 머독이 도청 스캔들로 궁지에 몰려 스스로 BSkyB 방송 인수 신청을 취소하는 바람에 겨우 위기를 면할 수 있었다.

지금 한국 언론이 당면한 상황은 영국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종편의 광고 직접 판매가 허용되면 지역 방송과 지역신문 종교방송은 광고 고갈로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 �!求�. 전국언론노조가 지난 23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간 것은 이러한 위험을 실감하고 정부와 한나라당에 빨리 대책을 세우라는 경고의 표시였다. 미디어렙법이 제정되지 않으면 조·중·동·매를 제외한 매체들은 생존의 위협 때문에 종편의 직거래를 막는 미디어렙법 투쟁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렙법 제정은 각 언론사의 생존의 문제인 동시에 한국 언론자유의 장래가 걸린 문제이기도 하다. 종편의 광고판매 직거래를 허용할 때 많은 매체가 생존의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고, 부자 언론만이 여론을 지배하는 사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이러한 언론생태를 바라는가?

전국언론노조가 총파업을 하고 시민단체 종교계가 몇 달째 종편의 횡포를 막을 미디어렙법(法)의 제정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데도 팔짱을 끼고 종편을 살리는 데만 몰두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여유있는() 태도를 이해하기 힘들다. 조·중·동·매의 종편에 유리한 방송광고 직접 거래를 허용해 주고 그 대가로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이들이 한나라당을 지원해 주기로 밀거래라도 있었단 말인가 아니면 지금 욕을 좀 먹더라도 차제에 보수언론 + 재벌 + 보수권력의 3각 동맹을 구축해서 보수의 3각 동맹이 영원히 한국사회를 지배하기로 결심이라도 했단 말인가 언론자유는 민주사회의 기본권이다. 기본권은 선언적인 권리가 아니고 국가가 책임지고 보장해야 하는 권리라는 것을 한나라당은 알아야 한다. 따라서 한나라당의 수수방관으로 조·중·동·매만 번성하고 나머지 신문 지역신문 방송 종교방송이 생존이 어렵게 될 때 국민이 침묵만 지키고 있지 않으리라는 것도 생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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