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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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9.05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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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강대헌 <충북인터넷고 교사>

여름휴가를 보내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바이킹(biking)을 하지 못한 것이다. 바이킹은 '자전거 타기'라는 말로 사이클링(cycling)과 병용되고 있는데, 도보 여행이란 뜻의 하이킹(hiking)이란 말과 간혹 혼동하는 사람들도 있다.

"묀?아, 나는 여전히 삼인칭을 주어로 삼는 문장을 만들 수가 없다. 나는 삼인칭의 산맥 속으로, 객관화된 세계 속으로 건너가지 못하고 일인칭의 가장자리에서 서성거리고 있다. 아마도 오래오래 그러하리라"는 말을 산문집 '풍경과 상처' 서문에 남기고 있는 소설가 김훈(金薰)은 자신을 자전거 레이서로 소개하고 있기도 하다. 어느 일간지와 유명 포털 사이트가 27개월간에 걸쳐 활동성과 영향력 등이 검증된 120만여 개 블로그에서 사용된 약 100억 개의 단어를 공동으로 분석한 결과가 지난달 중순쯤에 발표되었는데, 인기 순위에 따른 생활 분야 키워드 20개는 와인, 자전거, 맥주, 관광, 외국인, 부동산, 비타민, 글로벌, 마케팅, 싱글, 도서관, 네트워크, 쇼핑몰, 뮤지컬, 3D, 배터리, 메이크업, 친환경, 문화재, 싸이월드였다. 자전거가 두 번째로 랭크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요즘의 시대정신으로도 언급되고 있는 '녹색 생활'의 대표 아이콘으로 급부상된 증거를 보는 듯하다.

일전에는 서울 강남의 한 프랜차이즈 커피점 공간과 맞물려 있는 자전거 전시장에서 이탈리아의 최고급 스포츠카 페라리 마라넬로 창립 60주년을 기념해 만든 세계 60대 한정 모델 자전거를 본 적이 있는데, 놀랍게도 1700만원의 판매 가격표가 붙어 있어서 헉 소리를 내고 말았다. 아무리 그래도 '페라리 자전거'보다는 '짐 자전거'가 더 많이 생각난다. 커다란 짐받이 위에 쌀가마니를 싣고 다니던 아저씨들을 신기하게 바라보았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 무척 강렬하기 때문이다. 그 당시에 짐 자전거 뒤에 물건을 싣고 다녀 돈을 번 사람들도 있겠고 사랑하는 이를 태우다가 인생의 반려자까지 삼은 사람들도 있을 테니, 짐 자전거는 가히 물류(物流)와 인류(人類)의 공헌물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직접 만든 자전거 수레에 100세 된 노모를 태우고 중국 최북단 타허에서 최남단 하이난다오까지 3만km 거리를 900일간 동행을 한 74세의 노인이 있었다고 한다. 죽기 전에 세상 구경을 한번 해 보고 싶다는 어머니의 소원을 온몸과 지성(至誠)으로 풀어드린 사람, 그는 왕일민(王一民)이다. 언덕길을 오르게 되거나 너무 오래 달려 다리가 마비되면 밧줄로 자전거 수레를 끌기도 했다는 그의 이야기는 '세 바퀴 자전거 여행'이란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제작돼 방영되었다고도 한다.

"너와 세상 구경하는 동안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다. 기쁘게 눈 감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을 남기고 이 세상 소풍을 마친 왕일민의 어머니가 여행 중에 아들과 나란히 앉아 파안대소(破顔大笑)하는 사진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네 바퀴로 가는 자전거/물속으로 나는 비행기/하늘로 나는 돛단배/복잡하고 아리송한 세상 위로/오늘도 애드벌룬 떠 있건만/포수에게 잡혀온 잉어만이/한숨을 내쉰다(하략)"는 잊을 수 없는 통기타 가수 김광석(金光錫, 1964~1996)의 아리송한 노랫말도 있긴 하지만, 자전거는 역시 두 바퀴로 타야만 제맛이 난다. 페달을 밟은 만큼 동력(動力)을 만들어내는 자전거…그이의 자전거가 내 가슴 속으로 들어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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