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사찰 수사, 윗선 못 밝히고 이번주 마무리
불법사찰 수사, 윗선 못 밝히고 이번주 마무리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8.08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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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실 윤리지원관실의 불법사찰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11일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수사를 일단락 짓는다.

8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오정돈 형사1부장)은 전날 원모 전 조사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고, 사찰피해자 김종익씨가 근무했던 NS한마음 관계자 2명과 국민은행 관계자 2명도 불러 조사를 진행했다.

검찰은 이들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원 전 조사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할지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만약 구속영장을 청구할만큼 진술과 증거가 확보가 안됐다고 판단될 경우 11일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원 전 조사관을 불구속 기소할 계획이다.

검찰은 11일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최초 국무총리실이 수사의뢰한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관계자들을 모두 사법처리한 뒤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 부인 사찰건, 조홍희 서울지방국세청장 뇌물수수 의혹건, 불법사찰 윗선 수사와 관련된 인물들의 사법처리도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검찰은 총리실 압수물 복원 실패, 중요 피의자의 혐의 부인, 참고인들의 진술 혼선 등으로 민간인 사찰건을 제외한 나머지 사건 수사에서 주목할만한 성과를 얻지 못한 것으로 전해져, 이인규 전 지원관, 김충곤 전 점검1팀장, 원 전 조사관 등 일부인원을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가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검찰은 이른바 '윗선'의 한명으로 알려진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을 6일 불러 8시간 동안 강도높은 조사를 벌였지만, 윗선의 사찰개입 의혹을 속 시원하게 밝혀내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부분 진실 규명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 비서관은 검찰 수사에서 "민간인은 물론 공무원에 대한 사찰을 지시한 적 없다"며 "이 전 지원관과도 한 두차례 만났을 뿐 특별한 친분이 있지 않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08년 9월 열린 지원관실 직원 워크숍에 참석한 사실에 대해서는 "일선 공무원 조직의 워크숍에 초대받아 참석하는 일이 많아 (당시 정황을) 정확히 기억할 수 없지만, 이 전 지원관과의 친분 때문에 간 것은 아니었다"며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이 전 비서관이 혐의를 전면 부인했지만, 검찰은 청와대 하명사건을 처리한 것으로 알려진 진모 기획총괄과장과 대질신문을 진행하지 않았다. 두명의 진술이 엇갈리는 것이 아니라 혐의를 전면부인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대질신문을 통해 얻을 수사상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수사 발표 전까지 3일 정도 시간이 남은만큼 이 전 비서관을 한차례 더 불러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지만, 3일 안에 혐의를 확정지을 결정적 증거가 추가로 나오지 않는 이상 윗선 수사를 11일 전에 해결짓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 전 비서관 조사도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음에 따라 이 전 비서관 외 고위 관계자의 소환을 현재 고려하지 않는 등 수사확대도 어려운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검찰은 "11일 기소하는 사건의 혐의사실에 남 의원건과 윗선 사찰건은 포함되지 않는다"며 "법적으로 제한된 시간에 구속되지 않는 사건"이라고 밝혀 이 전 지원관 기소 이후에도 윗선 수사가 가능할 것임을 암시했다.

하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향후 이 전 비서관과 이 전 지원관 등을 재소환해 대질신문이 이뤄지는 등 추가조사가 진행되더라도, 이미 청와대 개입여부 자체를 지속적으로 부인한 이들이 갑자기 진술을 번복할 가능성도 낮아 검찰의 '히든카드'가 없는 이상 유의미한 수사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만에 하나 이 전 비서관이 혐의를 인정하고 윗선 실체를 구체적으로 진술할 경우, 박영준 총리실 국무차장 등 고위급 인사와 정인철 전 청와대 기획비서관 등 사찰의 몸통으로 지목되는 '영포라인' 인사들도 소환될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현재까지의 증거관계와 남은 수사 일정 등을 고려할 때 이같은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한달동안 진행된 수사에서 일정 성과를 거둔 것으로 생각한다"며 "수사를 중간에 정리하지만, 향후 수사에서 무엇이 나올지 예단하기 어렵다.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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