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건설의 날… 원건설 김민호 회장에 지역건설 방향을 묻다
'선택과 집중' 1조 리비아 토브룩 도시공사 수주
지난 2005년 리비아 진출… 2년간 고생 끝 햇빛
품질·성실성+인력·장비… 현지서 유명업체 인식
김민호 원건설 회장은 도전정신 없이는 건설업을 하지 말라고 한다.
앉아서 관급공사만 따먹는 안일한 자세로는 이제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들 것이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한마디로 좁은 시장에서 과잉경쟁으로 누구도 견뎌내기가 힘들게 됐다는 뜻이다.
김 회장은 "충북을 벗어나라, 한국을 떠나라. 건설업이 언제 경기가 좋았던 적이 있나 발상의 전환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라고 했다.
대부분의 건설업 경영자들은 그의 이런 사고를 선뜻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김 회장은 보란 듯이 해외 그것도 사막 한복판에서 일을 냈고 서서히 결과가 나오고 있다.
김 회장은 최근 서울에서 중앙언론을 대상으로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기서 한 첫마디는 "2년 동안 한 건의 사업도 수주를 못했지만 한우물만 팠더니 리비아에서 큰 공사를 따냈습니다"였다.
리비아 행정센터개발위원회가 발주한 토브룩 신도시 1단계 사업계약 체결 발표식장에서 한 말이다.
1조680억원 규모의 이 사업은 주택 5000가구와 도시기반시설을 조성하게 된다.
지난해 성원건설이 이 사업을 수주했으나 유동성 위기에 닥치면서 리비아 정부로부터 계약 파기를 당한 현장이다.
한국 정부는 해외에서 한국업체들의 신뢰도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대형 건설사들에게 사업 승계를 요청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일부 업체는 리비아 사업 경험이 없다며 거절하기도 했다.
지방 중견건설사가 이 사업을 따낸 것은 '선택과 집중' 덕분이다. 지난 2005년 리비아 데나르에 첫 진출, 2년 만에 5억 달러 규모의 공사를 따낸 데 이어 이번에는 1조 원 규모의 리비아 토브룩(Tobruk) 도시개발공사를 수주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런 원건설의 성과에 대해 언론은 "건설업계의 신데렐라, 원나라가 몽골을 시작으로 해외에 진출한 것처럼 세계를 누빈다"라는 등 찬사가 이어졌다.
김 회장은 "2005년 리비아에 진출했으나 2년간 수업료만 날렸다"며 "초기에 작은 공사부터 수주하다보니 신뢰도가 쌓여 대형 공사를 수주하게 됐다"고 말했다. 초기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이제는 남부럽지 않은 회사로 성장해 있다.
대림산업에서 건설 초년병으로 첫발을 내디딘 김 회장은 입사하자마자 사우디아라비아 건설현장에 뛰어들었다. 고향인 청주를 뒤로 하고 먼 이국 땅에 왔을 때 그는 해외건설 현장에서 달러 뭉치를 벌어보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갖고 있었다.
원건설의 김 회장의 꿈은 이렇게 시작됐다. 출발은 1984년 33살의 나이에 설립한 원건축사무소였다. 토목, 건축 설계작업을 통해 기반을 닦으며 회사를 키웠지만 1998년 외환위기로 직격탄을 맞았다.
하지만 김 회장은 여기에 굴하지 않고 설계에서 시공으로 전환, 2004년 힐데스하임이라는 아파트 브랜드를 발표했다. 다음해 원건설로 상호를 변경하고 2007년 죽전힐데스하임, 오송힐데스하임 등을 성공리에 분양했다.
그러나 국내에만 안주할 수 없었다. 무한 경쟁인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바로 젊은 시절 품었던 리비아에 대한 꿈 때문이었다.
김 회장은 "2005년 리비아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리비아 개척에 나섰으나 이렇다할 생산기반이 없어 모든 설비를 국내에서 들여와야 하는 등 순탄치 않았다"며 "때문에 비용은 늘어만 갔고 건설 속도는 떨어져 소규모 수주를 해도 손해를 봤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해외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첫 직장이었던 대림산업의 '선배' 들을 영입했다. 이강명 해외사업부 부사장을 비롯해 대부분이 대림 출신이다.
1년 넘게 수주에 실패한 김 회장은 대형 공사보다는 실속 있는 사업을 노렸다. 그 결과 2006년 정유공장 보수공사를 시작으로 작은 공사를 따내기 시작했다.
김 회장은 "당시에는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이었다"며 "현지에 나가 있는 직원들 급여라도 주기 위해 일을 가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 결과 2007년 9월 3억700만달러 규모의 데르나 지역 도시개발 사업을 수주했다. 2000가구의 주택과 기반시설을 조성하는 것으로 현재까지 60%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이들 현장에만 투입된 노동력은 2000명에 달한다.
요즘도 김 회장은 명절 때만 되면 리비아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현장까지 꼬박 이틀이 걸릴 정도로 고생을 해야만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본사 직원과 협력업체 직원 등 120명의 한국인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3국 노동자다. 또 현지에는 200대가 넘는 중장비도 운영하고 있다. 현지에서 품질과 성실성은 인정 받은 데다가 인력과 장비를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에 리비아에서는 유명 한국업체가 됐다.
성원건설이 계약이행을 하지 못하자 리비아 정부는 원건설을 찾았고,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을 맺게 된 것이다.
김 회장은 "건설업에 첫발을 디딘 당시 품었던 두 가지 꿈을 이뤘다"며 "하나는 좋은 집을 짓겠다는 것이고 또하나는 해외에서 외화를 벌어오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건설은 이외에도 인천 청라지구와 오송에서 아파트 사업도 활발히 펼쳐 1400억원가량의 실적을 올렸다. 충북에서 공사 실적 1위는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지역 소재 대기업인 삼익이 활발한 주택건설로 항상 1위를 차지했으나, 2000년 중반부터 대원의 등장으로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후 지난 2006년 2위, 2007년 실적 3위인 원건설이 2008년에 이어 2009년에 다시 1위로 나서면서 충북 건설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현재 원건설 직원은 500여명에 달하고 있으며, 이 중 90%가 충북 출신으로 충북대와 청주대 출신이 대다수를 차지하는등 지역 인재들이 움직이는 대표적 향토기업으로 통하고 있다.
김민호 회장은 "충북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불평만 할 것이 아니라 어려울수록 희망을 갖고 도전을 해야 한다"며 "지금과 같은 건설 비수기를 돌파할 수 있었던 것은 마인드 전환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 원건설 역사
△ 2009.11 제46회 수출의 날 삼천만불 수출의 탑 수상
△ 2009.03 제43회 납세자의 날 표창
△ 2008.12 제45회 수출의날 이천만불 수출의탑 수상
△ 2008.11 자랑스러운 건설인상 수상 충청북도 건축사협회
△ 2007.12 2007 주택건설의날 대통령표창 수상
△ 2006.12 대전서남부지구 택지개발사업 단지조성사업 착공
△ 2006.12 시민이 주는 정도대상 수상 청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 2006.06 오창코아루아파트 준공
△ 2005.12 나주송월지구 도시개발사업 착공
△ 2005.09 해외건설업 등록 (토목건축공사업, 전기공사업)
△ 2005.03 우수건설업체지정 한국토지공사
△ 2004.12 원건설 주택사업 브랜드 힐데스하임 런칭
△ 2003.07 오송산업단지 조성사업 착공
△ 2001.10 제천지방산업단지 개발사업 착공
△ 1984.02 원건축사사무소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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