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에 멍든 농민의 가슴을 바라보며
FTA에 멍든 농민의 가슴을 바라보며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7.21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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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환동 <충북도의원>
김환동 <충북도의원>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3일 스톡홀름에서 유럽연합(EU) 의장국인 스에├의 프레드리크 레인펠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한·EU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을 공식 선언했다. 우리나라의 수출제조업에는 또 하나의 날개를 달았지만 농민의 가슴은 멍이 들어가고 있다.

한국은 2002년 칠레와의 FTA를 맺은 이래 지금까지 미국·EU·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인도 등 전 세계 44개국과 FTA 협상을 체결했거나 협상을 타결했다.

EU와의 FTA는 1994년 미국·캐나다·멕시코가 발효시킨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보다 경제 규모가 크며 쌍방 교역량이 NAFTA에 비해 2.5배나 더 큰 역대 최대 규모의 FTA다.

세계 최대 경제권으로 수출을 주요 산업으로 하는 한국으로서는 수출산업의 재도약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한·EU FTA로 수출은 65억내지 110억 달러가 증가하고 GDP도 15조내지 24조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한국경제 선진화의 획기적 돌파구를 열어 놓았다고 한다.

수출비중과 관세율이 모두 높은 자동차 분야와 전자분야는 이번 협상의 최대 수혜자이다. 특히 자동차는 3~5년 안에 10% 관세가 없어져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고, 10% 안팎의 고관세를 물던 우리나라의 주력수출상품인 TV와 3세대 휴대전화의 관세철폐로 삼성과 LG등 국내 전자업계의 수출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한-EU FTA가 우리나라의 미래를 밝게만 하는 것은 아니다. 관세 철폐로 값싼 유럽 농축산물이 수입되면 국내 양돈업과 낙농업은 연간 5000억원 이상의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EU산 냉장 돼지고기와 삼겹살은 10년, 기타 냉동 부위는 5년 동안 25%의 관세가 매년 감축될 예정인데, 우리나라는 수입 삼겹살의 74.6%를 EU에서 수입하고 있고 이 중 91.3%가 냉동 삼겹살로 수입되고 있다.

한·칠레 FTA 이후 칠레산 돼지고기 수입량이 83%나 증가했던 사례를 볼때 EU산 돼지고기 수입이 폭증해 국내 양돈업계의 피해는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낙농업과 관련 산업의 피해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조사료·완전배합사료·축산기자재를 포함한 낙농 관련산업과 낙농산업 전체 피해는 최고 1855억원에 이를 것이라 한다.

현재 우리의 농축산업은 존폐의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국제 원자재값 인상에 따른 생산비 폭등, 기상이변으로 인한 자연재해, 경기침체로 인한 판매부진으로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는 농민에게 FTA 타결은 더욱 큰 멍을 가슴에 남겨주고 있다.

이제 정부는 한·EU와 한·미 FTA 발효에 대비해 농심을 달랠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자동차와 전자 등에서 얻은 이익을 농민에게 돌려 줌으로써 농심을 달래야 한다. FTA에서 얻은 이익을 다시 농축산업 시설자금에 투자해 시설현대화를 통해 경쟁력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축사시설 현대화, 우량 종돈개발·우수양돈 브랜드 육성, 사업축산용 전기세 부담경감, 사료구매자금 상환 연장 등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정부는 한-EU FTA와 한·미 FTA로 상심한 농심을 달래고, FTA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해야 한다. 한-EU FTA로 국가성장은 이룰 수 있겠지만 우리 농민은 더욱더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됐다. 이제 정부는 한-EU FTA로 얻는 이익을 농축산업에 재투자해 농민들도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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