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은 KT개혁 본받아야
공기업은 KT개혁 본받아야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7.12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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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규의 경제칵테일
안창규 <경제칼럼니스트>
   검찰은 공사발주, 납품, 인사 등과 관련해 금품을 받은 전·현직 KT 임직원 등 178명을 적발, 54명을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하고 123명을 자체 징계토록 통보했다. 공공성이 강한 KT에서 돈을 건낸 협력업체는 물론 말단 대리부터 중간 간부, 상무급 본부장에 이르기까지 많은 인원이 마치 고구마 줄기처럼 엮인 것은 가히 충격적이다. 이들은 하도급을 미끼로 억대 뇌물을 챙기고도 모자라 휴가비, 회식비, 골프찬조금 같은 온갖 명목으로 돈을 뜯어냈다.

비리를 막아야 할 고위직은 오히려 구린 돈을 상납 받았다. 협력업체들은 일도 하지 않는 KT 퇴직자들에게 울며 겨자 먹기로 월급을 줘야 했다. KT 조직 전체가 한때 부패공화국이었음을 방증한다.

하지만 이번 KT 임직원에 대한 철퇴는 비리 내용과 규모보다는 KT 경영진의 부패척결 의지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KT는 이석채 회장이 들어선 후 부정부패를 뿌리 뽑겠다는 의지에 따라 강도 높은 감사를 벌였으며 비리 임직원들을 가차없이 고발 조치했다. 대부분의 공조직 CEO는 사내 비리에 대해 쉬쉬하며 덮어 버리기 일쑤이나, 스스로 치부를 드러낼 위험을 감수하며 형사고발을 마다하지 않은 것이다. 최고경영자가 수뢰 혐의로 구속된 기억이 생생한 KT로서는 환골탈태의 각오로 자정노력을 다해야 하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처럼 비리 직원들을 무더기로 고발한 것은 제 몸에 썩은 살을 스스로 도려내는 것과 같은 용기있는 행동이라 할 만하다.

특히 이번 사건은 CEO의 결단만으로도 부정부패 차단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보여줬다는 데서도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7년 전 전기통신공사에서 완전 민영화한 통합 KT가 투명기업으로 거듭나려고 이렇게 발버둥치는데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조직은 왜 이런 부패사슬을 끊지 못하는지 반성해야 한다.

감사원 감사 때마다 온갖 비리가 드러나고 새로 부임하는 CEO마다 부패척결을 외치지만 그때뿐이다. 우월적 지위를 악용한 하도급 업체에 대한 횡포, 금품수수 관행 등 공기업 및 공공기관 비리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런 노력이 KT에서 그쳐서는 안 된다. 우월적 지위를 갖고 협력업체를 울릴 수 있는 모든 공기업과 대기업들도 부패 사슬을 끊는 자정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 특히 독과점 기업과 관료조직의 폐해를 안고 있는 공기업들과 민영화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공기업 체질을 버리지 못한 기업들도 투명경영을 실천해야 한다.

KT 사례에서 보듯이 부패척결은 전적으로 CEO 의지에 달렸다. 스스로 모범을 보이며 부패척결에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비리 여지가 있는 제도적 허점을 보완하고 클린 경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신상필벌을 강화하고 자체감사 기능을 확대해야 한다. 또한 진정으로 환부를 도려내려면 감사책임자는 정부와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를 배제하고 전문성과 독립성이 확보된 사람이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투명하고 윤리적인 경영이 뿌리 내릴 수 있는 기업문화와 지배구조가 갖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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