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병천 순대왕
64. 병천 순대왕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7.12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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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보무사<822>
"혹시 모르니까 놈의 숨통을 확실하게 끊어야지"

글 리징 이 상 훈

넘어졌던 비밀이 오만상을 찡그리며 일어나려는 순간, 어느 누가 그의 뒤통수를 몽둥이로 호되게 갈겨버렸다. 비밀은 비명 한 마디 내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고꾸라지며 기절해 버렸다. 아니, 기절을 했다기보다 아예 숨이 끊어졌는지 그는 미동(微動)조차 하지 않았다.

"꼴 참 좋다! 자기 몽둥이를 그토록 자랑하던 놈이 결국은 몽둥이로 끝장을 보다니!"

"그러게 말일세. 그래도 놈은 복(福)이 참 많은 놈이여. 가죽 몽둥이 달린 사내로 태어나서 이 계집 저 계집한테 맘껏 휘두르다가 결국엔 왕비 맛까지 봤잖아"

"어허! 자네 말조심해야 혀! 입 한 번 잘못 놀리다간 그대로 가버리는 수가 있단 말이여."

"우리들끼리 얘긴데 어떠나 설마하니 내가 한 말을 자네가 고자질하겠나"

쓰러진 비밀 앞에서 세찬 빗줄기를 온몸에 그대로 맞아가며 이렇게 떠들어대는 자들은 수신왕비를 따라 이곳 온천(溫泉) 마을까지 함께 온 민간인 복장을 한 병천국 병사들이었다.

"어라 이놈이 두 손에 꼭 움켜쥐고 있는 게 뭐지"

"혹시 돈 주머니 아닌감"

어느 누가 잽싸게 그 가죽주머니를 집어 들고는 서둘러 내용물을 꺼내보았다.

"으응 맨 위에 금화 두어 개만 달랑 놓여있고 나머진 죄다 돌멩이잖아"

"정말!"

"거 참 이상하다. 왕비님께서 몽둥이를 휘둘러준 대가로 놈에게 이런 걸 선물하셨나"

"그러게 말이야."

"아무튼 없는 것 보다야 나으니 우리 이거라도 챙겨둡세."

실망스럽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이렇게 떠들던 그들 중 어느 누가 갑자기 이상한 감이 들었는지 자기들 발밑에 쓰러져있는 비밀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아, 잠깐! 이놈이 정말 죽었을까"

"물론이지. 내가 이런 장사를 어디 한두 번 해봤나 가축이건 사람이건 몽둥이로 때려잡아 죽이는 게 내 전문이야."

이들 중 어느 털보 사내가 손에 쥐고 있는 기다란 몽둥이를 자랑처럼 흔들며 말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놈의 숨통을 확실하게 끊어 줘야지."

그들 중 어느 누가 허리에 차고 있던 단도를 쑥 꺼내들었다.

"어허! 그럴 필요 없어. 비가 쏟아지는 날에 사람 피까지 쏟아지면 재수가 없다고."

"그래도 놈이 정말로 죽었는지는 확인해 봐야만 할 거 아닌가"

그들 중 하나가 지금 얼굴을 땅바닥에 댄 채 엎어져있는 비밀을 거칠게 발로 밀어젖혔다. 그러자 숨이 완전히 멎은 듯 딱딱해진 비밀의 몸이 나무통처럼 굴러 똑바로 눕혀졌다.

"이것 봐! 송장이잖아"

털보 사내는 이렇게 말하며 손에 쥐고 있던 기다란 몽둥이로 비밀의 바지춤을 끌어내렸다. 곧바로 비밀의 거대한 그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와아! 크다!"

"제법 한물건 하는 물건인데"

"후후후. 이 몽둥이만큼 아주 크고 실하게 생겼구먼."

털보 사내는 비가 주룩주룩 쏟아지는 와중에 몽둥이 끝으로 비밀의 그것을 톡톡 내리치거나 이리저리 뒤척거리며 감탄하듯이 말했다.

"어라 이, 이게 뭐야"

갑자기 어느 누가 이상하다는 듯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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