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교의 세상만사
김 익 교 <전 언론인>꽃샘추위에도 끄떡없던 꽃들이 순서인 양 흐드러지게 피고지고 벌 나비의 춤사위와 새들의 지저귐이 가는 봄을 노래한다.
일찍 화사하게 피었다가 시들어 존재의 가치를 상실한 꽃들을 보며 권력의 무상함이 떠 올려지는 것은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과 권불십년(權不十年)이 같은 맥락에서일까.
지붕 위에 올라가 있던 새끼 양 한마리가 밑으로 지나가는 늑대를 보고 마구 놀려대며 욕설까지 퍼붓는다. 늑대가 말한다.
"너는 네가 욕을 하고 있는 줄 알지만 사실은 네가 있는 지붕 위 그 자리가 욕을 하는 것이다."
땅에서라면 생사의 기로에 선 어린 양이 늑대를 보고 욕을 하겠는가. 강한 자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자리가 강자를 만든다는 이솝 우화의 한토막이지만 이 말은 곧 "네가 대통령이 아니면 어느 누가 너한테 그 많은 돈을 줬겠느냐"와 같다.
작금의 사태를 보고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음을 알게 해준다. 욕망은 욕망을 낳는 까닭에 식욕이 지나치고, 색욕이 지나치면 건강을 해쳐 목숨을 잃고, 권력을 남용하고 물욕을 탐하면 결국은 신세를 망치고 패가망신을 하고 만다. 동서고금 통틀은 교훈이며 이 불변의 진리를 모를까마는 알면서도 자제를 못한 욕망으로 인해 모든 것을 잃는다.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와 측근 인사들이 험한 꼴을 당하는 것도 권력을 쥐고 탐욕에 눈이 멀었기 때문이다. 돈을 탐한 대통령의 욕망이 국민들을 속상하게 하니 슬프고 가슴 아픈 일이다. '썩은 백합은 잡초보다도 더욱 악취를 풍긴다'는 세익스피어의 말이 새삼스럽다.
돈 몇푼에 도덕이고 윤리고 신의고 간에 엉망진창이 되고 서로 속이고 밟고 뺏고 죽이기까지 하는 세상이다. '노새는 새끼를 배어서 죽고 사람은 탐욕으로 멸망한다'는 팔만대장경의 한 경구가 피부에 와 닿는다.
북한이 기고만장을 한다. 국제사회가 그렇게 만류하는 로켓을 쏘더니 이번에는 6자회담을 거부하고 핵 시설을 복원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국민들이 굶주려도 오로지 핵만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핵은 곧 신으로 통하는 것인지 배짱이 도를 넘어 무식의 경지에 이른다.
북한이 핵무기를 가졌다고 세계 선진강대국 반열에 끼려 한다면 분수를 모르는 욕심이고 이것도 탐욕이다. 국민들을 돌보지 않는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상식과 대화가 안 통하는 마주 앉기 껄끄러운 상대일 뿐이다.
세상을 혼자서는 못산다. 힘이 있고 없고를 떠나 서로 돕고 살아야 되는 것이 세상 이치다. 쥐뿔도 없으면서 설치면 그것도 순서와 이치에 맞지 않는 꼴불견일 수밖에 없다.
순리대로 살기 어려운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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