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학사모
빛나는 학사모
  • 송용완 기자
  • 승인 2009.02.18 2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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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국대 치대 유재권씨 26년만에 졸업
입학·자퇴 등 반복 복잡한 이력 화제

"선교·의료봉사에 남은 인생 바칠 것"

무려 4차례에 대학 입학을 거듭하며, 26년 만에 학사모를 쓴 졸업생이 있어 화제다. 20일 단국대 치과대학을 졸업하는 유재권씨(45·사진).

유씨는 지난 1983년 고려대 의예과 입학 후 1년 만에 자퇴를 한 뒤 군 복무, 단국대 치의예과 입학 후 휴학, 8년간 SK텔레콤 근무, 단국대 치의예과 재입학, 수도침례신학교 졸업, 단국대 치의학과 추가 재입학, 2009년 2월 졸업이라는 '복잡한()' 이력을 지녔다.

흔히 선망의 직업으로 불리는 의료인의 길을 걷지 않고 '외도'를 한 데에는 남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그 만에 고집이 있었기 때문.

"의학공부와 신학공부 사이에서 많은 갈등을 겪었고 감당할 수 없는 혼란에 빠졌습니다."

고려대 의예과에 입학했지만, 목회자의 길을 걷고 싶었던 그는 결국 자퇴를 선언, 당시 집안의 엄청난 반대와 정신적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군에 입대했다. 군 복무를 마친 후 다시 신학대학 진학을 꿈꿨지만 주변의 끈질긴 권유로 1987년 단국대 치의예과에 입학, 의료인의 길을 걷는가 싶었다. 하지만 신학공부에 대한 열망은 쉽게 떨쳐 버리지 못했고, 결국 또다시 휴학을 선택하게 된다.

이후 3년여간 진로를 결정하지 못한 채 방황했고, 1990년 SK텔레콤 공채에 합격해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재무와 마케팅 부서에서 8년간 사무직으로 근무했지만, 학업에 대한 갈망을 주체할 수 없어 명예퇴직, 1998년 단국대 치과대학에 재입학했다.

목회자의 길을 포기할 수 없었던 그는 예과 2년 과정과 본과 1학년을 마치고 2001년 경기 안성 수도침례신학교 2학년으로 편입, 2004년 2월 신학교를 졸업하고 마침내 목회자의 길로 들어섰다. 천안에서 전도사로 활동하며 해외 선교를 준비한 유씨는 더욱 전문성을 갖춘 봉사활동의 필요성을 느꼈고, 2005년 단국대 치과대학에 재입학, 마침내 오는 20일 26년간의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는다.

이미 치과의사 국시도 합격한 그는 최근 한국건강관리협회(경북 지부)의 검진의사직에 합격해 3월부터 출근할 예정이다.

김승오 치과대 교수(42)는 "넉넉하지 못한 환경에서도 성실히 공부했다"며 "물질에 집착하지 않고 타인의 삶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의료인에 대해 늘 골몰했던 제자"였다고 말했다.

유씨는 "많은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형, 오빠처럼 대해주며 노트필기까지 복사해 주던 동료 학생들에게 감사한다"며 "해외 선교를 위한 경제적인 준비와 못다 한 신학 공부를 하고 3년 뒤에는 해외 선교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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