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용준이 돈을 더 써야 하는 이유
배용준이 돈을 더 써야 하는 이유
  • 이재경 기자
  • 승인 2008.10.22 22: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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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 재 경 부국장 <천안>

주가가 폭락하면서 재테크에 나섰던 사람들이 한숨만 짓고 있다.

주식에 투자하지 않거나 펀드 통장을 갖고 있지 않다면 바보라고 취급됐던 게 불과 1년 전인데 이젠 그때의 바보가 똑똑한 사람이 돼버렸다. 웬만한 주식의 가격이 1년 전보다 1/3토막이 나버렸으니 말이다.

재테크엔 귀신이라는 부자들도 주가하락엔 맥을 추지 못했다.

속절없이 떨어지는 주가 때문에 1년 새 1000억 원대 주식 부자가 178명에서 90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1조 원대 부자들도 14명에서 5명만 살아남았다.

그 와중에 정몽준 현대중공업회장이 가장 큰 손실을 보았다. 보유 주식인 현대 중공업이 70%나 폭락하면서 1년 만에 주식 자산이 4조 원에서 2조 5000억 원이나 줄었다.

다른 재벌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구본무 LG회장은 1조 원대 주식 부자대열에서 탈락하는 '수모'까지 겪었다. 30%나 주식 자산이 줄어 그의 주식 평가액은 9894억 원이라 한다.

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러시아에선 상위 25대 주식 부자들이 최근 4개월여 사이에 무려 285조 원을 허공에 날렸다.

국내의 잘나가는 연예인들도 주가하락의 직격탄을 맞았다. 코스닥상장기업인 키이스트의 최대 주주인 배용준이 가장 큰 손해를 입었다. 지난해 10월 1만 원이던 그의 주식은 1년 만에 1500원대로 떨어졌다. 450억 원대의 자산이 65억 원으로 줄어든 것이다.

그래도 이들 부자는 좀 낫다. 1000억 원이 500억 원으로 줄었다고 해서 먹고사는 데 지장이 있겠는가. 심각한 것은 800만 명에 달하는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다.

지난해 주가 상승으로 돈을 좀 벌며 잠시 웃었던 이들은 지금 연일 울상이다. 비교적 안정적인 투자처인 펀드에 가입했던 사람들까지 통장 잔액이 반 이상 줄었다. 결혼자금을 주식에 투자했던 회사원이 결혼을 미루고, 통장에 모아놓았던 종자돈으로 주식시장에 뛰어들어 주택 구입의 희망에 부풀었던 가장은 전세 아파트 평수를 줄여야 하는 처지가 돼버렸다.

이런 암울한 상황에 20일 자 머니투데이의 칼럼이 눈에 띈다. '우리 생애 최고의 대박찬스'라는 제목의 이 칼럼은 명쾌하고 단호하게 우리나라가 10년 전 국가 부도의 전철을 되밟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2400억 달러의 외환보유액, 10% 이상의 은행 자기자본비율, 무차입에 가까운 기업 재무구조(그렇지않은 곳도 있겠지만) 등이 그 이유다.

그러면서 국가와 기업, 개인들에게 '죽지 않고 살아남을 것'을 주문한다. 악착같이 살아남아 실탄(현금)을 차곡차곡 모으며 때를 기다리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건강하게 살아남아야 내일이 있지 않겠는가. 여기에 하나 더 덧붙이고 싶다. 실물경제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가진 자들의 소비와 투자가 필요한 때다. 이런 상황일수록 기업은 더 적극적으로 설비투자를 하고 부자들은 소비에 나서야 한다. 돈의 흐름이 막혀 시장이 경색된다면 그건 부자와 빈자 모두에게 더 큰 고통을 안겨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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