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세 어머니 그리며 노인들 대접합니다"
"속세 어머니 그리며 노인들 대접합니다"
  • 김금란 기자
  • 승인 2008.10.21 22: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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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경로잔치 여는 청원 석문사 주지 혜전스님
"하나가 필요할 때는 하나만 가져야지 둘을 가지려 욕심내면 애초의 그 하나마저 잃게 되는 게 인생의 법칙입니다. 물질적 집착을 버리고 타인을 위해 마음의 창을 열어두는 것 그것이 즐겁게 사는 비결입니다."

대한불교 효예종 석문사(청원군 가좌리) 주지 혜전스님은 오는 25일 남이면사무소 복지관에서 열리는 경로잔치 준비로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2004년 청원 남이면 인근 독거노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던 행사가 입소문이 퍼져 이젠 청주지역에서도 행사장을 일부러 찾을 정도다.

혜전스님은 "시골에 정착한 후 찾아오는 신자를 기다리느니 발길을 직접 옮기는 게 낫다는 생각을 했다"며 "포교활동을 떠나 독거노인들이 아프지는 않은지, 길에서 넘어지거나 농사일하다 뱀이나 야생동물에게 공격은 안 받았는지 눈으로 확인해야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석문사로 오기 전 서울 효예종에 머물렀다는 스님이 경로잔치를 마련한 이유는 부처님의 가르침인 보시보다는 바로 속세에 계신 어머니 때문이다.

스님은 "25년 전 출가하면서 어머니의 회갑, 칠순 생신을 한 번도 챙겨드리지 못했다"며 "불가에 귀의한 몸이지만 80세 생신은 꼭 챙겨드리고 싶었는데. 2004년 형제들이 여행경비로 모은 500만원을 어머니께 드렸더니 불사에 보태라며 내 손에 다시 쥐어 주셨다"고 설명했다.

스님은 이어 "어머니 생신상은 못차려 드렸지만 그 돈으로 경로잔치를 열어 속세의 어머니를 그리는 마음으로 노인들에게 대접하고 싶었다"며 "불효자식의 마음에 쌓인 한을 풀고자 했던 일이 어느새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계기까지 만들었다"고 밝혔다.

경남 창녕군 유어면 우포늪이 고향인 혜전스님은 11남매 가운데 9번째로 태어났으나 27세 때 병명도 모른 채 죽은 목숨처럼 삶을 연명하다 속세를 떠났다.

마음을 비우고 많은 것을 보지 못하면 손바닥으로 내 눈을 가린 것과 같다고 말하는 혜전스님은 "하늘 가리고, 잠 잘 곳 있고, 밥 끓여 먹을 솥 하나 있으니 더 무엇을 바라겠느냐"며 비움이 곧 채움이라는 선답을 몸소 실천하며 살아가고 있다.

혜전스님은 현재 대한불교 효예종 의전국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미혼모를 위한 위탁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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