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청명한 '처서' 풍년 예고
맑고 청명한 '처서' 풍년 예고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8.28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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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훈의 날씨에세이
이 희 훈 <대전지방기상청장>

심신을 피로하게 했던 여름철 무더위가 어느새 물러갔다. 아침·저녁으로 공기가 제법 선선해져 가을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이러한 날씨의 변화에 맞췄는지 지난 23일은 24절기의 열네 번째 절기인 처서(處暑)였다. 여름이 지나 선선한 가을을 맞이해 더위를 식힐 수 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러한 날씨 변화와 함께 과거 농경사회였던 우리나라에는 "처서에 비가 오면 십리 안 곡식 천석을 감한다." 라는 속담이 전해 내려온다. 벼꽃이 한창 필 때인 처서쯤에 비가 오면 꽃가루 수분을 못하게 돼 벼의 낟알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긴 속담이다.

보통 꽃잎은 아침과 저녁, 그리고 비가 오는 날에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가 일정한 온도가 되면 수분을 위해 입을 벌린다. 또한 수분은 꽃잎이 입을 벌리고 있을 때 이뤄져야만 쌀알로 성장하고, 그렇지 않으면 그 낟알은 빈 쭉정이가 돼 버린다. 그래서 이삭이 피는 시기에 비가 자주 오면 수분이 이뤄 질 가능성이 낮아지고, 그 결과 곡물 생산량이 뚝 떨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넓은 들 안에 있는 곡식 중 많은 양이 줄어들게 된다.

이러한 계절마다 전해 내려오는 속담을 통해 오랜 경험으로 얻은 선조들의 지혜를 알 수 있다. 올해 처서에 충청지역은 22일부터 내렸던 비가 이어지면서 일부지역으로 약한 강수량이 기록됐으나, 그 이후 맑고 청명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9월 중순까지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상순 45∼91mm, 중순 29∼92mm)하고, 기온은 상순에 평년(16∼25)보다 높지만 중순에 평년(14∼23)과 비슷할 것으로 예보하고 있다. 큰 태풍의 피해가 올해는 없었기 때문에 부디 풍년이 이어져 농민들의 입가에 환한 웃음이 일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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