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동력이 넘치는 계절입니다
생동력이 넘치는 계절입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7.03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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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교의 방아다리에서 쓴 편지
김 익 교 <전 언론인>

농촌은 여름이면 먹거리가 풍성해집니다. 결실기를 맞은 여름 작물들의 생장이 왕성한 때문이지요. 아침 저녁으로 밭을 돌아보면 가지, 오이, 토마토, 고추, 옥수수 등이 보기만 해도 풍요롭습니다.

작물뿐 아니라 살아있는 것들의 생동력이 넘칩니다. 잘 보이지 않던 베짱이, 여치, 풀무치들이 통통하게 살이올라 풀밭을 돌아다니고 이것들을 노리는 손톱만하던 사마귀가 어느새 성냥개비만해져 민첩하게 움직입니다.

주변 숲에서는 멧비둘기, 꿩, 뻐꾸기, 까치 등 새들의 부산함이 여전하고 요즘은 가끔 까마귀들이 몰려와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하지요. 바람불고 구름 잔뜩낀 저녁나절 까마귀들이 울고 가면 주변이 조용해지는 것이 제법 으스스합니다.

며칠전의 일입니다. 들마루에서 건조된 쑥을 자르느라 작두질을 하고 있는데 손녀 보경이가 비명을 지르며 집안으로 달아났습니다. 유치원에 갔다 와 거실에서 혼자 놀던 아이가 밖으로 나오다가 뭔가를 보고 놀란 것이지요. 직감으로 뱀인 것을 알았지요. 새벽에 거실앞 잔디에서 봤거든요. 밭에서 일하던 아내가 달려오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지요. 새벽에 식구들이 놀랄까봐 말을 안했지만 아내는 나가자마자 밭으로 안가고 잔디밭부터 뒤지는 것을 보고 짐작했었나 봅니다.

"아침에 잡지 그랬느냐"는 아내의 질책에 "그러게 말이야. 이젠 집 근처에서 눈에만 띄면 잡아야 겠어"라고 변명을 했지만 그러기는 싫었습니다. 아내가 눈치를 아는지 "죽이지는 말고 산쪽에다 버리라"고 합니다. 같이 오래살면 이심전심이라더니 앞으로도 죽이는 일은 없을 것을 아는 것이지요. 이곳으로 와서 여름마다 치르는 대수롭지 않은 소동이었습니다.

지난주말 포트에다 기른 콩모(검정콩)를 다 심었는데도 이랑이 남아 콩을 직접 파종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싹이 올라왔나 궁금해 가봤더니 멧비둘기 두마리가 심은 자리로 줄을 맞추다시피 따라가면서 파헤치고 부리질을 해댑니다. 막 싹을 내밀려던 콩들이 절단이 난 것이지요. 일부러 싹 잘 나오라고 비 맞으며 심었는데…. 화가 났지만 같이 이웃해 사는 생명들인데 어쩝니까. 인기척이 나도 안 날아가는 것은 평소 해코지를 안했기 때문이지요. 보시한셈 쳐야지요. 그래서 포트에 키워 밭에 이식해야 됩니다.

바람 한점 없이 구름만 잔뜩끼고 가랑비가 오락가락하는 밤입니다. 몸에 붙는 것 같은 축축한 밤공기를 타고 천상의 선율을 엮어내는 풀벌레 악단의 리허설이 한창입니다.

어제는 마을이 북적북적했습니다. 인근 은적산 단군성전에서 치러진 '세계태권도문화축제' 성화 채화행사에 오신 300여명의 손님들이 우리 '연꽃마을 다목적광장'에 오셨기 때문입니다. 마을이 점점 알려지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를 않습니다. 이제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황토방도 본격 가동됩니다. 불땔 일을 생각하니 마음이 복잡해지네요. 그래도 많이 오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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