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사장은 외친다 "차라리 죽여라"
김 사장은 외친다 "차라리 죽여라"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6.18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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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칼럼
김 남 균 <민주노총충북본부 비정규사업부장>

16일 아침 진천 둔치, 100여대의 덤프트럭과 '공육'이라 불리는 굴착기 50여대가 늘어서 있다.

그리고 차량 유리문에는 '차라리 죽여라'라는 작은 펼침막을 걸어 놓았다. 얼마나 절절했으면 저런 문구를 선택했을까.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 문구. 보는 사람조차도 불편해질 수밖에 없어 외면하고픈 이 문구 '차라리 죽여라'. 노동운동 밥먹고 사는 나도 섬뜩하다.

잠시 후 건설기계 조합원 80여명이 모이고 그 옆에는 건설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굴착기 운전하시는 아저씨들이 줄을 맞춰 모여 들었고 파업 집회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옆이 소란스럽다. 50대로 보이는 두 아저씨가 서로 주먹다짐을 한다. 뭣 때문인지는 모르나 주먹질이 오가고 금세 뒤엉킨다. 사람들이 말린다. '김 사장 그만해, 이 사장, 저리 떨어져' 속으로 웃음이 나온다. 세상에사장님과 노동자들이 공동으로 파업집회를 하는 이 기상천외한 광경에 웃음을 참고 버틸 재간이 무슨 수로 있나. 굴착기 운전사들인 그네들은 서로를 사장님이라 부른다. 하긴 지금 파업을 진행중인 화물차 운전하는 운수노동자들도 그랬고 덤프트럭을 운전하는 건설노동자들도 이전에는 서로를 사장님이라 불렀다.

지금도 정부에서는 화물연대 소속 운전하시는 분들을 노동자로 부르지 않고 '파업'이라는 단어 대신에 '운송거부'라 부른다.

그러나 이들의 호칭이 '사장님'이냐 '노동자'냐가 핵심은 아니다. 사장님이건 노동자이건 이들의 외침이다. 도저히 정상적으로 수입을 만들 수 없는 현실, 일을 하면 할수록 빚만 늘어가는 현실에 대한 외침이 핵심이다.

운송료의 30∼40%를 '알선수수료' 라는 명목으로 중간에서 가로채는 다단계구조. (이쯤되면, 봉이 김선달도 민망할 거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고유가! 이런 환경에서 도저히 살 수가 없던 거다.

반면 이들이 재주부리는 곰이였다면 잇속은 누가 챙겨갔는가. 첫째, 기름장사다. 그 기름장사는 누구인가. 정유회사다. 그 정유회사는 누군가.

현대, SK, LG 내로라 하는 대기업이다. 이들은 건설, 운수노동자들의 운송수임료 중에서 칠팔십프로를 떼어 간다.

두번째는 누구인가. 알선수수료란 명목으로 중간착취를 하는 다단계물류회사다. 그런데 그 다단계물류회사의 정점엔 누가 있는가. 현대의 글로비스, 엘지의 하이로지스, SK의 SK로지스, 대기업이다.

세번째는 누구인가.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지적했듯이 환율이 백만원 올라도 앉아서 1조원 이상 이득을 본다는 대기업이다. 환율이 오르면 석유값 올라 이들 화물, 건설 노동자들은 울상이고 수출하는 대기업은 이득을 본다.

더이상 얘기 안 해도 이쯤되면 증명되지 않았는가. 이제 이들의 외침(차라리 죽여라)에 대해서 누가 답해야 되는지 명백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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