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빼 아줌마·빨강 립스틱까지 '팔색조'
몸빼 아줌마·빨강 립스틱까지 '팔색조'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6.17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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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심 연기 인생 36년… '춘자네…' 서 경쾌한 춘자씨 열연
최근 MBC 일일드라마 '춘자네 경사났네'에서 경쾌한 춘자씨로 열연 중인 탤런트 고두심(57)과 10일 아침 북한산에 올랐다.

매일 아침 2시간씩 산행으로 단련된 그녀의 체력을 따라잡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는 등산 초보자인 기자의 보폭에 맞춰주며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놨다.

◇ 난 입도 못 뗀 배우

1972년, 24살에 MBC 5기 탤런트에 합격한 고두심은 금세 신데렐라가 될 줄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모든 일은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난 주목받지 못하는 배우였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단역만 했죠. 그러다가 '성춘향'이라는 드라마의 주인공 제의를 받았는데 최종 경합에서 동기 여배우에게 밀리고 말았지요."

그녀는 화장실로 달려가 펑펑 울고 말았다. 하지만 눈물 흘릴 일은 또 있었다.

"홍세미씨가 주연으로 나오는 드라마에서 가정부로 캐스팅됐죠. 꽤 비중이 있는 역이었거든요. 최불암 선배 등과 첫 인사를 하고 대본연습을 시작하는데 내 순서에서 난 입도 못 떼고 말았죠. 두어 번 다시 내 차례가 왔지만 난 또다시 입을 떼지 못했어요. 그리고 '난 못하겠다'고 하고 막 눈물을 쏟았지요."

선망의 대상인 선배 연기자들과 나란히 자리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던 신인 연기자 고두심은 그렇게 두 번째 눈물을 쏟았다.

그 이후 고두심은 대본을 읽고, 또 읽었다. 노력의 결실이었을까. 그녀는 1974년 '갈대'를 통해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고, 1980년 '전원일기'를 만났다. 그리고 22년을 양촌리 맏며느리로 살았다.

◇ 대상 안겨준 '잘났어 정말' 정숙 역 사실은 조연이었을뿐

1989년 연기자 고두심은 KBS '연기대상'을 수상하며 연기자로서 이름을 드높였다. 당시 그녀에게 수상의 영광을 안겨준 작품은 '사랑의 굴레'. 고두심표 유행어도 낳았다. "잘났어 정말".

"그때 난 조연이었어요. 김미숙씨와 노주현씨, 故 임성민씨가 삼각관계로 나왔고, 난 드라마 속 노주현씨 부인이었을 뿐이었죠. 그런데 상을 주시더라고요."

가장 높은 시청률의 드라마 주인공이 상을 휩쓰는 상황이야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겠지만 그만큼 연기자 고두심의 '잘났어 정말'은 시청자의 뜨거운 반응을 낳았고, 조연이었지만 최고 상의 행운으로까지 이어졌다.

고두심은 그런 연기자다. 어떤 역이든지 척척 자신의 옷으로 갈아입는. 이제는 밭 매는 시골 아낙의 몸빼를 벗고 화려한 홈드레스에 빨강 립스틱까지 손에 쥐었다.

"'TV소설 그대는 별'에서 함께 했던 구현숙 작가가 꼭 나에게 맡는 역이라며 시놉시스도 안 주고 부탁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알았다고 했는데, 촬영이 코앞에 닥쳐서야 '마담' 황춘자인것을 알게 됐죠."

거절을 고민하다가 작가를 만난 그녀는 오히려 확언만 하고 왔다고.

"'내가 어디를 봐서 이런 역에 어울리느냐'고 구 작가에게 물었더니 '선생님이라면 뭐든 다 잘하실 줄 알았어요'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어떻게 'NO'라고 하겠어요 허허 웃으며 그 자리에서 'OK'하고 말았죠."

화끈하게 '춘자네 경사났네' 출연을 결정하고 연기에 몰입 중인 고두심은 연하의 남성 강남길, 김병세와 삼각관계를 형성할 예정이다.

수많은 사람의 인생을 대신 살아온 연기자 고두심에게 이제는 어떤 인생을 살고 싶으냐고 물었다. 하지만 앞으로의 기대보다는 두려움이 앞선다고 했다.

"처음에는 연기에 목말라서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지금은 하고 싶은 역보다도 앞으로 주어질 역에 무서워지더라고요. 이제는 매번 맡는 역마다 혼신을 다 담는 방법뿐이 없는 것 같아요. 그때마다 즐겁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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