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영청 밝은달 보며 액운 싹∼ 소원 한아름
휘영청 밝은달 보며 액운 싹∼ 소원 한아름
  • 연숙자 기자
  • 승인 2008.02.20 0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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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곡밥 먹으며 보름날 아침 '귀밝이술'로 액땜

음력 정월에는 큰 민속명절로 설과 정월대보름이 있다. 이중 음력 정월 보름날은 새해 처음으로 맞는 보름달이 뜨는 날로 세상의 어두운 부분마저 환히 비춰주는 날이다. 요즘은 새해 첫날인 1월 1일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달의 움직임을 표준으로 삼았던 농경사회에선 첫 보름달이 뜨는 대보름은 중요한 의미를 가졌다.

음력 정월보름날을 한자로는 '상원(上元)'이라고 한다. 상원이란 중원(中元 음력 7월 15일, 백중날)과 하원(下元음력 10월 15일)에 대칭되며 이는 모두 도교적인 명칭이다.

농경을 기본으로 삼은 우리나라는 문화적인 측면에서 보면 달과 여신, 대지의 풍요원리를 기본으로 봄을 준비하는 공동체적 소망이 깃든 명절이다. 실제 농사를 지을 땐 자연계절의 차이가 생기긴 하지만, 우리나라 세시풍속에선 달이 차지하는 비중은 태양 못지 않았다. 그래서 달의 상징적인 대보름날은 한해 농사의 풍요와 마을의 안녕을 비는 행사가 다채롭게 열렸다.

◇ 정월대보름에 먹는 별식 '상원절식'

"부스럼 깨물자, 내 더위 사가라."

액을 막고 건강을 기원하는 음식문화가 그대로 전해지고 있는 정월대보름 별식을 '상원절식'이라 한다. 정월 열나흗날 저녁에는 장수를 빌며 오곡밥(쌀, 보리, 조, 콩, 기장)과 약식을 지어 먹고, 보름날 아침에는 '귀밝이술'로 액땜한다. 또 자기 나이 숫자대로 잣이나 호두, 밤, 은행 등을 깨물어 먹으면 부스럼이 생기지 않는다 하여 '부스럼 깨물기'가 이뤄졌다.

◇ 대보름날의 세시풍속

'동제'를 다른 날에도 지내지만 대보름 날이 가장 높다. 대개 자정에 지내는데 첫 보름달이 충천하는 상징적인 의미다. 동제신도 여신이 남신의 2배가 넘으며, 대지의 풍요를 비는 것이 원형이었다.

또한, 첫 보름달이 뜨는 밤에 행하는 것이 원칙인 줄다리기는 공동체 놀이로 정착돼 현재도 흔히 볼 수 있는 놀이다. 특히 암줄(서부, 여자편)과 수줄(동부, 남자편)의 고리를 걸어 암줄이 이겨야 대지에 풍년이 든다는 속설이 있다.

'잠을 자면 눈썹이 센다' 하여 열나흗날 밤에 잠을 자지 않는 풍속으로 '보름새기'가 있다. 이와 관련돼 150여 년 전의 '동국세시기'에는 "이날 온 집안에 등잔불을 켜놓고 밤을 새운다. 마치 섣달 그믐날 밤 수세(守歲)하는 예와 같다"고 전해진다. 전남에서는 열나흗날 저녁부터 보름날이 밝아야 운수가 좋다고 하여 집안이 환해지도록 불을 켜놓았으며, 배를 가진 사람은 배에도 불을 켜놓았다. 경기도와 충청도에는 잠을 자면 눈썹이 센다 하여 열나흗날 밤에 '보름새기'를 해왔다.

◇ 정월대보름에 행해지는 놀이

대보름날인 만큼 달과 관련된 풍속이 많다. 그중 짚이나 솔가지 등을 모아 언덕이나 산 위에 쌓아놓고 보름달이 떠오르기를 기다려 불을 지르고, 쥐불놀이, 횃불 싸움을 벌였다. 그런가 하면 '액연을 띄운다'고 하여 연에 '액' 혹은 '송액' 등을 써서 해질 무렵 연줄을 끊어 하늘로 날려보내는 액막이가 행해졌다.

농한기에 행하던 사자놀이는 풍농을 기원하는 모의의례로 북부지방에서 많이 행해졌다. 사자모양의 커다란 탈 속에 두 사람이 들어가서 추는 사자무가 중심으로서 집안에 풍물을 울리고 사자를 놀리면 그 집의 잡귀가 물러난다고 믿었다. 지방에 따라 사자 외에도 소나 말 등의 형상으로 탈을 만들어 쓰기도 했다. 또한 고싸움은 줄다리기와 같은 의미를 지닌 마을의 대동놀이로 공동체문화의 상징으로 전해진다.

이외에도 관원놀음, 들놀음과 오광대 탈놀음, 거북놀이, 볏가리대 세우기, 복토 훔치기, 용알 뜨기, 나무그림지점, 달붙이, 닭 울음점 등이 있다.

충북도 대보름 전후로 곳곳에서 다채로운 행사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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