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대중이 함께 숨쉬는 문화전당으로
작가·대중이 함께 숨쉬는 문화전당으로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1.30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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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립미술관 건립에 거는 기대
글 민병훈 관장 국립청주박물관

전문가 유효적절한 자문… 인력·예산 지원

충북 미래 염두 둔 컬쳐노믹스 일환 접근

도시공간 가운데 특히 도심의 문화시설은 그 도시의 얼굴이자 문화적 자긍심이다. 아울러 그 도시의 경쟁력이자 품격이며 활성화의 원천이기도 하다.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런던의 브리티쉬 뮤지엄, 파리의 루브르 뮤지엄, 상트 페테르부르그의 에르미타쥬 뮤지엄 등 세계 굴지의 박물관 미술관 들이 모두 그러하다.

그러나 불행히도 한국의 현 상황을 살펴보면 참으로 우울해진다.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맞아 전국의 지자체에서 건립되고 있는 각종 박물관과 미술관은 대개의 경우 소장품과 전시의 성격을 고려하여 건물을 설계하는 경우조차 드물다.

선거에 당선된 지자체의 장이 선거공약 이행 차원에서 적당한 곳에 대충 지어놓고 마지막 단계에 이르러 전시내용 자문을 구하는 것이 거의 상례화 되어있다. 때문에 우선 건물이 들어서는 부지의 환경부터 비문화적이다. 모름지기 박물관과 미술관 같은 문화시설은 도심에 위치함으로써 학생이나 샐러리맨들이 점심 휴게시간에도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하고 그래야만 외지의 관광객들도 자주 찾게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접근성의 편리함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다.

달리 예를 들 필요조차 없이 우리의 경제 성장기에 전국 각 도마다 세워진 열한 곳의 국립박물관의 위치를 살펴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지역의 얼굴이자 문화산업의 측면에서 지역경제 활성화의 전초기지 역할을 해야 할 국립박물관의 대부분이 도시 외곽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가 국립박물관 건립을 위해 도심의 노른자위 땅을 내주기는 쉽지 않았겠지만, 모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자주 찾는 공원 내에 국립박물관이 들어오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지역의 국회의원을 동원하여 반대운동을 펼친 웃지못할 해프닝마저 있었다.

다행히 요즘 충청북도에서도 뒤늦게나마 도립미술관 건립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는 듯해 큰 기대감을 갖게 한다. 건립의 시기가 타도에 비해 늦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두를 필요도 없다. 도민 모두의 중지를 모아 충청도의 문화적 자존심으로 여길 수 있는 랜드마크와도 같은 멋진 건물이 세워져야 한다.

이제는 지역의 문화상징이 될 기념비적인 건물을 충청북도의 레벨이 아니라 세계적인 수준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래서 미술관의 전시품을 보려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건축물과 그 환경 그리고 선진적인 운영형태를 벤치마킹하려는 사람들이 쇄도할 수 있게 꾸며야 한다.

일본 시가현(滋賀縣)의 산속에 세워진 미호 뮤지엄은 중국계 미국 건축가 I.M 페이가 일본의 전통 미적감각을 살려 지은 근자의 대표적인 문화시설로 세계 각지에서 그 독특한 컬렉션뿐만 아니라 몽환적인 분위기의 건축물을 보려는 사람들로 항상 붐비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경기도 연천군에서 전곡리 구석기 유적을 세계에 알리기 위하여 프랑스인이 설계한 똬리를 튼 뱀모양의 이색적인 선사박물관을 짓기로 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근년에 지어진 선진국의 미술관은 단지 전시공간으로서 뿐만 아니라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즐기며 가족단위로 방문하여 편히 쉴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 그리고 노령화사회의 평생학습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미술관 건물의 가장 전망이 좋은 장소에는 지역의 맛을 대표하는 레스토랑이나 찻집이 들어서 도지사를 비롯한 지역의 유력인사들이 외빈을 맞이할 수 있을 정도의 품위를 갖춘 문화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시설을 갖추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미술관이 운영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용지선정을 비롯한 모든 요소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사계의 전문가들에 의한 유효적절한 자문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미술관의 성격을 어떻게 부여해 꾸려나갈 것인지 중장기적인 운영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이러한 목적 없이 미술관을 운영할 경우 결국 요즘 서울에서 언론의 호된 질타를 받고 있는 국·공립미술관처럼, 자체의 기획전시를 꾸려 나가지 못하고 외부의 블록버스터 급 전시를 유치해 입장객 수 늘리기에 급급하게 된다.

미술관을 세우기 전에 우선 미술관의 성격부터 뚜렷하게 규정한 후 이에따라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관련 작품을 꾸준히 수집해야 한다. 그리고 미술관의 특징을 대내외에 표방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획전시가 가능하도록 충분한 인력과 예산지원도 필수적이다.

아울러 이러한 미술관 운영을 위한 뛰어난 역량의 관장을 영입하는 것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많지 않은 예산으로 지역문화를 체계적으로 소개하고, 국내뿐만 아니라 주변 문화권의 특색 있는 다양한 예술세계를 입체적으로 펼쳐보일 수 있는 기획력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새해 초 도립미술관 건립에 관한 이야기가 인구에 회자되는 것은 충북의 문화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도립미술관 건립이 충북 지역문화 진흥을 위한 구심점 역할을 수행하고 아울러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이 지역에서 작품활동을 꾸려 나가고 있는 작가들의 창작의욕을 북돋우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바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시민갤러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충청지역의 대표적인 문화전당이 되기를 바란다.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새로 건립될 도립미술관이 주변경관만 화려하고, 한 시간에 한두대 정도의 버스만 왕래하는 대중교통 조건에 콜택시도 잘 들어오지 않는 외진 곳, 아니 중앙의 메이저 신문조차 배달을 꺼리는 변두리에 세워지는 것만은 피했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이제는 충북의 문화경쟁력과 주민의 행복지수 향상을 위하여 문화 클러스터 조성을 심각하게 고민해볼 때이다. 도립미술관의 건립은 충북의 미래를 염두에 둔 컬쳐노믹스(culturenomics)의 일환으로 접근해야 한다.

◇ 약력.

-중앙대학교 사학과에서 역사학과 전공

-일본 와세다 대학에서 실크로드사 및 동서교섭사(석사학위)

-중앙대학교 대학원에서 동양사학으로 박사학위 취득

-1997년 국립중앙박물관에 학예연구관 특채

-국립경주박물관 학예연구관(1997∼2000)

-국립중앙박물관 유물관리부, 미술부,역사부학예연구관(2000∼2005)

-국립전주박물관 학예연구실장(2005∼2007)

-국립중앙박물관 아시아팀장(2007. 1∼2007. 6) 역임

-국립청주박물관 관장에 취임(2007. 6. 25)

-2006년 11월부터 현재까지 한국중앙아시아학회 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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