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이 '황금돼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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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숙자 기자
  • 승인 2007.12.31 22: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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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년 가슴 따뜻한 뉴스

편집자주
황금돼지해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던 2007년도 역사의 한 페이지로 사라질 시점이다.

대통령선거를 비롯해 서해안 원유유출, 신정아 사건, 남북정상회담, 삼성비자금 사건 등 굵직한 사건속에서도 평범한 사람들의 뉴스로 훈기가 돌았던 한해이기도 하다.

지난 시간을 뒤돌아보며 가슴 뭉클했거나 따뜻했던 우리 고장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시 한 번 들여다 본다.

 

◈ 장기기증 후 숨진 박종화씨… 9명에게 새생명

교통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져 있던 대학 휴학생 박종화씨(21)가 자신의 장기를 9명의 환자에게 나눠주고 삶을 마감한 지난 5월 소식은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군 입대를 앞두고 있던 박군은 강서동에서 가로수를 들이받는 교통사고로 하나병원에 입원 중 6일간 뇌사상태에 빠져 있다, 9명의 환자에게 장기기증 후 청주 목련공원에 안장됐다.

박군의 장기기증은 가족들의 어려운 결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는데, 당시 어머니 진병숙씨는 "평소 아들이 보여준 행동에 따라 가족들이 장기기증을 결정했다"면서 "의협심 강하고 정직한 아들의 행동이 있었기에 그 같은 결정이 가능했다"고 들려줘 주위사람들의 눈시울을 젖게했다.


◈ 10여년간 노인분들 영정사진 촬영 최선종씨

지역 어르신들의 영정사진을 촬영해주고 이를 액자로 만들어 드린 최선종씨의 선행 역시 가슴 따뜻했던 소식이었다. 충북대병원 총무과에 근무하고 있는 최씨는 1996년부터 영세한 노인분들의 영정사진을 찍기 시작한 것이 올해로 벌써 11년째. 그의 앵글에 포착된 어르신들의 인물사진도 1000명이 넘는다고 한다. 단순히 사진만 찍는 것이 아니라 마음까지 담아드린 최씨는 이 일로 일상생활 속의 숨은 영웅을 찾아 시상하는 '제3회 볼보 포 라이프 어워즈상'2007년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 아버지에 간 이식 '현대판 효녀 심청' 조성민양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간을 이식한 조성민(청주중앙여고·3년) 학생의 이야기는 사회적으로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며 감동을 주었다. 대학 입시를 앞둔 상태에서 간경화 말기 판정을 받은 아버지에게 간이식외에 특별한 치료 방법이 없다는 진단을 받자, 조양은 자청해 간 이식 수술을 받았다. 효와 봉사에도 남다른 마음을 보여준 조양은 제5회 충북학생 효도대상을 수상했는가 하면, 교내 환경지킴이로 두번 수상하기도 했다.

 


◈ 손광섭 회장, 조선족 소학교에 '희망 선물'

손광섭 광진건설 회장은 중국내 조선족 소학교에 기숙사를 세우고, 한국어로 된 도서를 기증해 민족교육에 앞장서고 있어 훈훈한 소식을 전해줬다. 손 회장은 지난해 초 발해유적을 찾아 중국의 흑룡강성 녕안시를 방문하던 중 지인을 통해 조선족소학교 윤길호 교장을 만나 학생 수 감소와 폐교로 민족혼이 사라진다는 소식을 접했던 것. 같은 민족을 돕고 민족교육 차원에서 기숙사 건립을 통해 학교를 존속시켜야한다는 마음에서 기숙사건립을 실천에 옮겼다. 그리고 지난 8월에는 조선족학교 기숙사 1차 준공에 맞춰 청주 용성초와의 자매결연을 주선하며 한민족 교류에 물꼬를 트는 역할을 담당했다.

◈ 익명의 독지가 장학금 기탁… 훈훈한 감동

신원을 끝내 밝히지 않고 장학금을 기탁한 익명의 독지가로 하여금 지역사회에 훈훈한 감동을 안겨줬다. 60대 중반으로 보이는 이 독지가는 지난 11월, 진천중학교에 1200만원과 진천여자중학교에 500만원의 장학금을 기탁했다. 그는 지난해에도 진천중학교에 찾아와 생활이 어려운 불쌍한 학생들을 위해 써달라면서 장학금을 기탁하고 끝내 신원을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드러내기 급급한 사람들 속에서 전해진 익명의 독지가는 세상을 더 따스하게 만들었다.

◈ 서해안으로 향하는 인간 띠
태안에서 벌어진 유조선 충돌로 사상 최악의 원유유출이 빚어진 세밑은 국민 모두를 경악케했지만, 자원봉사자들의 발길이 이어진 태안의 인간띠는 그나마 훈훈한 세밑을 만들어줬다. 충북의 도민과 각 단체들도 너 나 할 것 없이 태안의 현장으로 달려가 봉사활동에 참여하며 마음을 보탰다. 태안의 참혹한 현장은 어떤 말로도 그대로의 실상을 다 전할 수 없을 만큼 오염되어 있었다. 죽음의 바다, 재앙의 바다, 검은 바다에서 유일한 희망은 마음과 마음을 잇는 사람의 물결이었다. 바다의 상처가 언제 치유될지 알 수 없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발길이 태안으로 이어지는 한 희망은 점화되어 피어날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 말기암 여성 '감동의 웨딩마치'

난치병을 앓고 있는 부부가 15년 만에 지역의 복지관과 기업의 도움으로 결혼식이 올린 이야기 역시 잔잔한 감동을 줬다. 청주종합사회복지관 강당에서 결혼식을 올린 이들은 부인 신모씨(43·경기도 성남시)와 남편 김모씨(48). 부인 신씨는 4년전부터 유방암에 걸려 한쪽 유방을 절제했지만, 최근 들어 암 세포가 뼛속까지 전이됐다. 이에 청주종합사회복지관은 "언니가 죽기 전에 결혼식이라도 올려주고 싶다"는 신씨 여동생의 말에 따라 특별한 결혼식을 올려주게 되었는데, 부부의 안타까운 소식에 결혼식장은 눈물과 감동의 웨딩마치였다.


◈ 장애 벽 허문 '아름다운 동행'

장애우와 비장애우와 손잡고 한라산을 등반한 소식은 아름다운 화젯거리였다. 청주성신학교 15명 장애우와 도우미로 참여한 한국 BBS 청주상당지회 추천 청소년 15명이 참여한 이 행사는 서로에게도 잊지못할 추억을 안겨준 여행이었다. 일반인들도 쉽지않은 해발 1700m 코스는 장애우들에게는 엄청난 도전이었으며, 어리목을 출발해 2시간 넘게 도우미로 활동한 비장애우 역시 어렵고도 긴 체험의 시간이었다. 빙판에 미끄러지고 지칠때에도 이들의 아름다운 동행은 멈추지 않았다. 편견이 사라진 현장은 거리를 뛰어넘어 지역에도 큰 감동을 안겨줬다.

◈ 각박한 마음 녹이는 김흥환씨


김흥환씨의 얼음이야기도 차가움을 덮여준 훈훈한 소식이었다. 상당산성 서문 아래의 얼음골에는 시원한 얼음이 등산객을 맞이한다. 등산객의 더위와 지친 걸음을 가볍게 만들어주는 얼음은 노점상 김흥환씨가 매주 주말 지게로 얼음덩어리를 옮기며 시작된 배려였다. 추운 겨울철을 제외하고 김씨는 청주 석교동 얼음집에서 구입해 산성의 한옥마을에서 1시간 가량 지게로 지어나른다. 여름철에는 새벽 3시에 일어나 많게는 3개의 얼음을 지고 얼음골에 가져다 놓는다고 하니 각박한 마음도 녹여주는 얼음이라 하겠다. 얼음의 고마움을 격려의 글로 전하는 등산객으로 행복하다는 김씨.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 속에 있음을 행동으로 보여준 소중한 사례였다.

◈ 토끼 7마리 감나무골 공원 전입신고

토끼들이 전입신고한다고

다소 황당하게 보이는 이일은 박병만씨가 키워온 토끼 7마리를 지난 4월 청주 가경동 감나무골 공원으로 전입신고를 신청하며 이루어졌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 넓은 공원의 주인공이 되기까지는 쉬운 일은 아니었다고. 청주 가경동사무소 전 직원들이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의견을 조율한 끝에 80% 찬성으로 전입신고가 마무리되었다. 당시 박병만씨가 "4명의 손자들이 토끼를 너무 좋아해 동네 아이들도 동물과 함께 뛰어노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밝힌 것처럼 환경과 생명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 미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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