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일 신부의 북한문학기….북한주민 일상 속으로
김훈일 신부의 북한문학기….북한주민 일상 속으로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12.26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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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눈이 내린 개선문

종교로 하나된 남북…마음의 빗장 '스르륵'

김 훈 일 신부

평양은 철저히 계획하고 건설한 도시라서 호텔에서 굽어보이는 평양시내는 잘 가꾸어진 정원처럼 보인다.

일요일이지만 만경대로 향하는 차창 밖으로 많은 평양시민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볼 수 있었다.

전철을 타기 위해 줄서 있는 사람들과 많은 자전거들 그리고 아주 오래된 차들로부터 최신식 외제차들까지 활기차게 움직이는 모습은 예전의 평양과 다르게 보였다.

최근에는 평양시내에서도 현대· 기아차를가끔 볼 수 있다. 그동안의 남·북교류와 경협의 결과로 보여진다.

북한의주민들도이젠 어지간히남한의경제적 성공과 특히 삼성, 현대 같은 기업의 세계적 활약상과 가치를 알고 있다고 한다. 북쪽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기업들이 북한에 투자하기를 기대하고 있고 자신들도 언젠가는 이런 세계적 기업들을 육성하고자 하는 욕심을 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부분의 개혁이 필요하고 자본유입을 유도해야 하는데 자본주의 경제의 구조적 이해가 부족한 북한으로서는 당장 경제적 회생에 필요한 부분도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 만경대에 도착했다.

평양대동문

김일성 주석의 생가는 소박하고 단정하게 꾸며져 있다. 많은 남쪽 방문객들은 김일성 생가를 방분하는 것을 꺼린다. 또 방북할 때마다 꼭 만경대에 들러야 하는 번거로움에 피곤하기도 하지만 북한 사람들에게 있어서 그곳은 성지와도 같다.

참 진지하게 만경대를 방문하는 군인들과 학생들을 보면 북한 사회를 지탱해주는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감이 잡힌다. 그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곳인지라 늘 불평하지 않고 만경대를 방문해 준다. 문화의 차이라고 생각하면 쉽지 않을까 생각한다.

만경대 방문을 마치고 북한의 유일한 천주교 성당인 장충성당에 도착했다. 신자들이 기다리고 있고 가슴이 뛴다. 신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개별적인 사진을 찍거나 접촉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단지 미사를 드리고 서로 눈인사를 나누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그래도 가슴이 뛴다. 이 신자들 중에는 고령의 어르신들이 있는데, 어려서 신앙생활에 충실했던 분들이 계시기 때문이다. 미사 중에는 평화의 인사를 나누는 예절이 있는데 북쪽 관리가 불편한 인상을 쓰는 것을 애써 모른 척 하며 일부러 제단에서 내려와 신자들과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눠 보았다.

가끔씩 젊을 사제를 진심으로 반기며 악수와 인사를 나누는 신자들을 보면 언젠가 정겹게 미사를 드릴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북한에는 상주하는 가톨릭 사제가 없다. 가톨릭 교계 제도상 사제는 그 권위가 인정되는 주교에 의하지 않고서는 서임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루빨리 북한에 상주하는 사제가 나오길 기대해 본다.

성당에서의 아쉬운 만남을 뒤로하고 평양 시내를 관광했다. 늘 불이 꺼지지 않는 거대한 주체사상탑과 일제 침략기에 많은 재산을 가난한 이웃들과 학생들에게 나누어준 백선행 여사 기념관과 대동문을 관람했다.
묘향산 보현사 위치를 설명해 주고 있는 북한 안내원

묘향산을 가는 길은 북한의 시골 풍경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첫 방북을 한지 근 7년이 다 되어가지만 평양 시내와 달리 시골 풍경은 변화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그대로 멈춰 있는 적막함이 밀려온다. 가끔씩 지나가는 차들과 등짐을 메고 힘겹게 걸어가는 주민들, 소달구지와 획일적으로 지어진 집들이 여전히 그대로이다.

북한의 지방경제는 아주 어렵다고 한다. 일부 국민은 북한에 많은 쌀과 물자를 지원했지만, 핵무기나 만들어 위협한다고 하고, 북한 사람들은 중국만큼의 투자와 지원도 하지 않으면서'퍼주기' 논란만 한다고 불만을 표시한다. 그러는 사이에 북한 사회의 약자들은 더 어려운 처지로 떨어지고 있다.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서 해열제 하나를 구하지 못해서 어린 자식이 죽어가는 것을 보아야 하는 어머니의 심정과 직장이 있어도 공장이 돌아가지 않아 마냥 하늘만 보아야 하는 북한 노동자들의 서러움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한국전쟁까지 들먹이며 북한의 자업자득을 논하는 승리주의 입장을 견지하는 통에 가난한 북한의 주민들은 더욱 서러운 겨울을 보내는 것 같다.

우리가 두려워해야할 것은 김일성 사회주의 혁명사상의 시대적 착오와 천박한 자본주의의 경쟁의식에 사로잡힌 남쪽 사람들의 우월감이다. 언젠가는 이런 생각들이 바로잡힐 날이 올 것이다. 묘향산과 잘 어울리는 향산 호텔에 도착해서도 시대적 아픔이 나누어지지 못하는 현실에 가슴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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