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일 신부의 북한문학기…1.평양을 가다
김훈일 신부의 북한문학기…1.평양을 가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12.19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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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안도 복음화 못자리엔 지금도 기도소리 들리는 듯…

남쪽 지방처럼 소박한 순안공항

한여름 큰 비가 내리면 은근히 북한 지역이 걱정된다. 북한 지역은 큰 비에 취약한 환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난히 비가 잦았던 올 여름 또 다시 가슴아픈 소식을 들어야 했다. 북한 지역에 8월 초의 큰 비로 대규모 수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가톨릭교회에서는 이 소식을 접하자마자 늘 그랬듯이 어려움에 처한 북한주민들을 위해 조선카톨릭교협회를 통해 수해 물자를 보냈다. 이번 방북은 북한 조선카톨릭교협회측에서 보내준 수해물자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수해물자 분배현황을 설명하는 초청방북이었다.

올해들어 두 번째 방북이다. 2차 정상회담이 이후 새로운 변화가 모색되는 시점이어서 평양의 분위기는 어떨까 궁금하기도 했다. 아직도 대다수의 국민에게는 북한이 낯설고 두려운 곳으로 생각하지만, 나에게는 과거로의 여행처럼 느껴진다.

그곳은 유년기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이 다시 살아 움직이는 곳이다. 소박하지만 정겹고, 슬프도록 가난하지만 나누며 살 줄 아는 사회이다. 꼬질꼬질한 어린 꼬마들을 보면 영락없이 어린 시절의 내 모습이다.

우리도 어려운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고 사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우리 마음에 언제부터인지 북한을 가난하고 못사는 사람들이 사는 천박한 세상으로 인식하는 교만이 자라고 있어서 안타깝다. 보릿고개를 걱정하며 살던 가난한 50년대와 60년대가 누군가에게 천대받을 시절이었던가 생각봐야 한다.

이번 방북은 일정이 여의치 않아서 북경에서 하루를 머물러야 했다. 베이징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는 북경의 발전은 놀라웠다. 거대한 건물들이 곳곳에 들어서고 있었고, 거리도 말끔하게 정비되고 있었다. 이 거대한 대륙의 눈부신 발전이 작은 한반도를 노려보고 있다는 사실을 남과 북 모두가 정신을 차리고 보아야 한다.

북한으로 들어갈 수 있는 항공편은 베이징에서 1주일에 3회, 심양에서 2회 운행하는 북한의 고려항공을 이용해야 한다. 남쪽의 작은지방 공항처럼 소박한 평양 순안공항에 내려다보니 눈부시게 화창한 날씨가 기다리고 있었다. 북쪽에서는 조선카톨릭교협회 관계자들이 반갑게 맞아 주었고, 관계자들의 도움으로 입국절차를 간소하게 마치고 공항을 나왔다. 여러 번 만난 사이여서 정겨운 인사를 나누고 숙소인 양각도 호텔로 행했다. 최근 들어서는 대부분의 남쪽 손님들이 대동강 한가운데에 있는 양각도 호텔에 머문다. 양각도는 그 모양이 '양의 뿔'같이 생겼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이 호텔에서는 많은 남쪽 손님들을 만나기도 한다. 차장 밖으로 보이는 평양의 거리는 지난 1월의 방북 때보다 활기차 보였다. 여름 수해가 평양 시내에도 큰 피해를 줬다고 했는데, 평양 시내는 수해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남북 정상회담을 준비하며 빠르게 복구를 한 것으로 보인다.

특별히 이번 방북에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평양의 분위기가 예년하고는 다르다고 하는 점이다. 주민들의 옷차림에서부터 상점을 물건들, 전체적인 도시 분위기에서 새로운 변화를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런 평양의 분위기를 중국 자본이 주도하고 있어서 걱정이다. 우리가 말로만 통일을 외치며 북쪽과 실랑이를 하고 있는 지금 중국은 그들의 방식으로 북한 경제를 잠식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을 동북 삼성(요녕, 길림, 헤이룽강) 경제의 한 부분으로 편입시키려는 중국의 의도가 노골적으로 보여지고 있는 것이다.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북한에 도착하면 늘 들리는 만수대에 도착했다. 만수대에는 거대한 김일성 주석의 동상이 서있는데 남쪽 방문객들에게 꼭 참관하기를 요청한다. 평양시내에서 제일 전망이 좋은 이곳은 우리 천주교의 유서깊은 성당인 평양 관후리 성당이 있던 자리여서 올 때마다 옛 신자들의 기도가 느껴진다.

만수대를 참관하고 숙소인 양각도 호텔에 들어서니 날이 저물어 가고 있었다. 예전보다 밝아진 도시야경을 보니 변화를 준비하는 북쪽의 노력이 보였다. 반달이 떠서 더욱 아름다운 평양의 야경을 보며 하루빨리 남과 북이 손을 잡고 민족의 화해와 일치 그리고 번영을 위해서 노력하는 시대가 오기를 기도드리며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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