ㅋㅋㅋ
ㅋㅋㅋ
  • 강대헌 에세이스트
  • 승인 2023.06.06 16: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대헌의 씨앗 한 톨
이순구 작가 작품.
이순구 작가 작품.

 

이런 말을 본 적이 있다.

“친구가 돈 걱정 안 하고 살고 싶다고 하길래, 돈은 잘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너나 걱정하라고 말해줬다 ㅋㅋㅋ”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경망스럽다 여겨 경악하고 말았을 일이었겠지만, 이제는 되레 유쾌해지는 에피소드라서 동네방네 알려주고 싶은 얘깃거리가 아닐까 싶다.

다름 아닌 `ㅋㅋㅋ'의 묘미 때문이다.

위키백과에선 `ㅋㅋ은 대한민국의 인터넷 신조어로, 한글의 자음 중 하나인 ㅋ을 이용해 웃음소리를 표현한 것이다.

의성어인 키키, 크크, 큭큭, 킥킥 등을 초성체로 줄여 쓴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ㅋ자의 개수와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의미와 느낌을 줄 수 있다'라고 나와 있으며, 어느 포털 사이트의 영어사전에선 `ㅋㅋㅋ은 laugh out loud(크게 웃다)'라는 말의 이니셜인 `lol'으로 소개되어 있으니 말이다.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아직은 견디기 힘든 상황에 대해선 한마디 하고 싶다. 상대방이 하는 모든 말에 `ㅋ'으로만 대답하는 경우다.

상대방은 자신의 하소연을 늘어놓고 있음에도, 처음부터 끝까지 `ㅋ'만으로 응답하는 것이다. `ㅋ'자의 개수만 다르게 해서.

나는 아직 ㅋ이나 ㅋㅋ이나 ㅋㅋㅋ을 사용하는 일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고작해야 일년에 몇 번 쓸까 말까다.

강대헌 에세이스트
강대헌 에세이스트

 

나만 유별나게 구는 것이라고 한소리 들어도 뭐라 할 수 없다.

무엇이 실상이고, 무엇이 허상일까?

영원하다고 장담할 수 있는 것들은 없고, 바람처럼 손으로 붙잡을 수 없는 대상들이 자꾸만 더해지는 세상이다. 때로는 `ㅋㅋㅋ'이 당신의 경직된 관계의 벽을 허물어 삶을 싹 틔우는 씨앗 한 톨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