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몽유도원
나만의 몽유도원
  • 강석범 청주 복대중 교감
  • 승인 2023.05.31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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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강석범 청주 복대중 교감
강석범 청주 복대중 교감

 

`몽유도원'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안견과 안평대군이다. 알다시피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는 조선시대 세종의 셋째아들인 안평대군이 무릉도원의 꿈을 꾸고, 그 내용을 안견에게 설명하여 3일 만에 그림을 완성하였다는, 꿈속의 낙원을 표현한 안견(安堅)의 걸작이다.

얼마 전 우연히 어느 단체에서 주관하는 전국청소년미술공모전 출품 안내문이 눈에 들어왔다. 살펴보니 안견과 관련 있는 문화재단에서 주관하는 사업인데, 공모전의 주제가 `나만의 몽유도원'이었다. 주제가 참 재미있지 않은가? 아이들은 각자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 생각해보니, 궁금하기도 하고 절로 웃음이 나기도 한다. 나중에 꼭 당선작들을 살펴보고 싶다. 어떤 아이들은 자다가 꿈속에서 나타난 신기한 경험을 그림으로 옮길 수도 있을 테고, 또 어떤 아이들은 자신이 소망하는 미래의 모습을 꿈으로 그려볼 수도 있겠다.

우리는 각자 자신의 꿈을 소망한다. 안평대군이 꾼 꿈,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낙원인 무릉도원이 그저 꿈에서가 아니고 현실에서 이루어지길 소망하며 살아간다. 어쩌면 우리가 바라는 진짜 `꿈'이기도 하다.

지난 일요일 제52회 전국 소년체전 사격경기가 대구 국제사격장에서 열렸다. 복대중학교 사격부 선수들도 충청북도 대표선수 자격으로 참가했다. 평소 각종 전국규모 사격대회에서 우승 및 탁월한 성적을 만들어내는 팀이기에, 전국체전 결과에 대한 주변의 기대 또한 컸다. 사격부 코치의 말을 전하자면, 작년엔 특히 각종 전국대회에서 메달을 쓸어 담다시피 했는데, 딱 소년체전에서만 메달을 따지 못해, 아쉬움이 이만저만 한 게 아니었다고 한다. 그러니 올해 전국체전에 대한 트라우마가 내심 얼마나 컸을까…. 대회를 이틀 앞두고 코치님이 몸살로 병원에 다녀와 충혈된 눈으로 노심초사하는 모습은, 차마 안쓰러워 볼 수가 없었다.

각 시·도 대표 64명의 학생이 사격 대 앞에 일렬로 서서 과녁을 향해 비장한 표정으로 서 있다. 그 모습만으로도 이미 장관이다. 감독 코치들은 관중석 외에 지정된 사대 안쪽으로는 들어갈 수가 없다. 흠칫 경기중 뒤를 보는 아이들에게 코치들은 손발을 써가며 작전 지시에 애를 쓴다. 각자 60발을 75분 안에 쏴야 한다.

한 달 전 전국대회 신기록까지 작성했던 기대주 우리 아이가 생각보다 일찍 60발을 쏘고 자리에서 나온다. 현재 2위 기록이다. 실시간으로 순위가 오르내리는 전광판에 모든 갤러리의 시선이 집중된다.

특히 경기 막판으로 갈수록 단 1발의 점수로 순위가 오르내리니 관계자들은 사색이 되기도 하고 여기저기 탄성과 함께 정말 입이 바짝 마른다. 현재까지 1위에 자리한 타교 학생의 마지막 격발이다. `탕' 소리와 함께 10점(만점)이 화면에 뜬다. 동점이다!. 공동 1위인가? 하는 순간 우리 아이가 1위에 올라간다. 최종점수가 동점일 경우 10점을 누가 더 많이 쐈는가가 순위를 결정한다. “으악~~” 옆에 있던 남자가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경악한다. 이 친구가 10점 쏘는 바람에 메달이 멀어진 선수단 일원인 듯하다.

시상대 맨 위에 우리 아이들이 올라섰다. 개인전은 물론 단체전까지 금메달이다. 크게 웃지도 않고 그저 담담한 표정들이다. 아직 어리둥절 한가 보다.

손을 모아 트로피를 높게 들어 올린다. 살짝 금메달도 만지작거린다. 녀석들은 그동안 그토록 꿈꿔왔던 `나만의 몽유도원'을 강렬하고 멋지게 완성했다.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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