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마음 일기 2
한 사람의 마음 일기 2
  • 박경전 원불교 청주 상당교당 교무
  • 승인 2023.05.25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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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박경전 원불교 청주 상당교당 교무
박경전 원불교 청주 상당교당 교무

 

쉴 새 없는 감사의 날을 지나니 5·18 기념일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하는데 5·18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려온다.

가정의 달에 호남 땅 광주에서는 수많은 가정이 파괴되었다. 퇴근시간이 지났지만 아버지가 오지 않았고, 고등학생 아들, 딸이 주검이 되어 돌아왔다.

가정의 달, 감사의 달 5월에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이 있는 것은 아이러니한 것 같지만 또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들이 없었다면 지금 모든 사람이 당연한 듯 누리는 일상의 평화와 행복이 그대로일까? 아니다. 그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일상은 언제든 총칼로 위협받을 수 있는 그런 나라일 것이다. 모두가 뻔히 부정과 부패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누구도 한마디 말도 할 수 없는 나라일 것이다.

지금의 행복한 가정은 5·18 민주화 운동이 없었다면 그들의 피로 얼룩진 희생이 없었다면 존재하지 못 할 것이다. 그래서 5·18은 가정의 달, 감사의 달 5월에 있는가 보다.

`정의와 불의'라는 단어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정의는 무엇이고 불의는 무엇인가? 한글로 풀어놓은 옳은 일과 그른 일이라는 문장만으로도 이해가 되는 기분이다. 하지만 삶에서 맞닥뜨리는 정의와 불의는 참으로 모호하다. 이득과 손해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이득과 손해는 공평하지 않다. 누구에게는 이득이고 누구에게는 손해이다. 나에게 이득일 때도 있고 손해일 때도 있다. 그 기준을 무엇으로 잡아야 할까? 대부분의 사람은 기준을 자기 자신으로 삼는다. 그러니 세상에는 온갖 정의가 판을 치고 있다. 모두가 다 정의라고 말한다. 내가 하는 행동이 오직 정의를 위해서라고 한다. 하지만 살펴보면 그 기준은 결국 자기 자신이다. 자기 자신의 이득과 자기 자신의 생각과 자기 자신의 주장일 뿐이다.

정의와 불의는 자기 자신을 배제한 채 판단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비로소 희생이 가능해진다. 정의의 성취와 유지는 수많은 개인의 희생을 자양분으로 삼는다. 자기 자신을 기준으로 삼은 이는 희생을 할 수 없다. 희생은 자기 자신이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5·18 민주화 운동의 주역들은 자기 자신이 아닌 우리를 선택했으며 대한민국의 국민을 선택했고 나아가 미래 세대의 모두를 위한 선택을 했다. 기준이 공(公)이며 전체였으니 그들이야말로 정의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친 분들이다.

다르게 표현하면 정의는 은혜가 피어나는 일이다. 정의를 선택하고 행한다면 반드시 은혜가 피어난다. 그 은혜는 개인에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개인을 포함한 전체에게 일어나는 일이다. 다수를 위한 아니 전체를 위한 은혜가 피어나는 일. 그것이 정의이다.

5·18 민주화 운동 기념일, 머릿속을 떠다니는 감상을 적어보았다. 복잡한 이야기 같지만 결론은 감사하고 기억하자는 말이다. 총칼 앞에 생명을 던지는 일이 어찌 쉬운 일이겠는가? 그러니 감사하고 기억하는 일이라도 해야겠다. 감사하고 기억해야 그런 일이 다시 생기지 않을 테니 말이다.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공부인이 동(動)하고 정(靜)하는 두 사이에 취사력(실행력) 얻는 빠른 방법은 첫째는 정의인 줄 알거든 크고 작은 일을 막론하고 죽기로써 실행할 것이요, 둘째는 불의인줄 알거든 크고 작은 일을 막론하고 죽기로써 하지 않을 것이요, 셋째는 모든 일을 작용할 때에 즉시 실행이 되지 않는다고 낙망하지 말고 정성을 계속하여 끊임없는 공을 쌓을 것이니라.'(대종경 수행품 2장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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