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빼기
힘 빼기
  • 양철기 교육심리박사·한솔초교장
  • 승인 2023.03.23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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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문앞에서
양철기 교육심리박사·한솔초교장
양철기 교육심리박사·한솔초교장

 

흔히들 골프를 배우는 데 있어 힘 빼는 데 걸리는 시간이 3년이라고 얘기를 한다.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하여 골프를 배우려 애를 썼다. 그러나 팔꿈치에 이상이 생겨 3년째 골프를 중단하고 있다. 힘 빼기를 하지 않고 골프채를 휘두르다 몸에 무리가 온 것이다.



# 마음의 힘 빼기

검도는 힘을 빼는 데 몇 년이 걸린다는 통상적인 이야기가 없이 10년은 수련해야 힘이 빠진다고 한다. 오랜 시간 검도 수련을 해오고 있지만, 사범님은 여전히 몸에 힘을 빼고 가볍게 허리로 밀고 나가라고 말씀하신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거 아닌가 싶다. 골프는 공을 치기 전에 혼자 집중하여 힘을 뺀다는 여유 시간이 있지만, 검도는 칼을 겨누고 나를 치고 나가려는 상대가 앞에서 시퍼렇게 눈에 빛을 내고 있는데 어떻게 힘을 뺄 수가 있겠는가.

왜 힘을 빼야 할까?

힘을 빼야 내 몸에 맞는 자연스럽고 정확한 움직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힘을 빼라는 건 몸에 있는 모든 힘을 빼라는 게 아니다. 동작에 따라 필요 없는 힘이나 인위적인 힘을 빼라는 걸 의미한다. `힘 빼기'를 다른 말로 표현한다면 `힘 조절'이다. 임팩트 순간에 폭발적인 힘을 실어 나르기 위해 필요 없는 힘을 죽이고 한 곳으로 힘을 모으는 과정이`힘 빼기'일 것이다. 몸이 이러할진 데 마음의 힘은 어찌해야 할 것인가?



#포정지우(?丁之牛)

장자 내편(莊子 內篇) 양생주(養生主)에 소 잡는 백정 포정의 이야기가 나온다.

포정이 문혜공을 위해서 소를 잡는데, 손으로 쇠뿔을 잡고, 어깨에 소를 기대게 하고, 발로 소를 밟고, 무릎을 세워 소를 누르면, 칼질하는 소리가 처음에는 획획 하고 울리며, 칼을 움직여 나가면 쐐쐐 소리가 나는데 모두 음률에 맞지 않음이 없었다고 한다.

문혜군이 말했다.“아! 훌륭하구나. 기술이 어찌 이런 경지에 이를 수 있는가!”포정이 칼을 내려놓고 대답했다. “제가 좋아하는 것은 도(道)인데, 이것은 기술에서 더 나아간 것입니다. 처음 소를 잡을 때는 소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3년 뒤에는 소를 보지 않게 되었었습니다. 지금은 마음으로 소를 볼 뿐 눈으로 보지 않습니다. 저의 칼은 감각의 작용을 멈추고 마음 가는 곳을 따라 움직입니다. 자연의 결을 따라 틈과 틈을 가르고 그 틈 사이로 칼을 넣어 움직입니다. 그래서 힘줄이나 질긴 근육에 칼이 닿는 법이 없습니다. 솜씨 좋은 백정은 일 년마다 칼을 바꾸지만 저는 십수 년 동안 칼을 바꾼 적이 없어도 항상 숫돌에 새로 간 것 같습니다. 소의 뼈마디에는 틈이 있고 이 칼날에는 두께가 없으니 마음대로 놀아도 틀 칼이 새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뼈와 살이 엉긴 곳에 이르면 다루기 어려워 조심합니다. 조심하면서 눈은 그곳에 주목하고 동작을 늦추고 칼을 미세하게 움직입니다. 그러면 저절로 살과 뼈가 분리되어 흙 위로 후드득 떨어집니다. 그렇게 일을 마치면 흡족한 기분으로 칼을 잘 닦아 보관해 둡니다.”

두께 없는 칼날이란 사심 없는 마음, 욕심이 빠진 마음, 힘을 뺀 마음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정말 힘든 일과 마주할 땐 주목하고, 동작을 늦추고, 칼을 미세하게 움직여야 한다. 온몸의 힘을 그곳에 집중하여….

골프를 다시 배우는 마음으로, 가볍게 검을 들고 사뿐히 허리로 밀고 나가듯이, 이곳에서 마음의 힘을 빼는 연습을 다시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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