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택시
모범택시
  • 강대헌 에세이스트
  • 승인 2023.03.21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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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헌의 씨앗 한 톨
SBS 드라마 방송화면.
SBS 드라마 방송화면.

 

TV 드라마 `모범택시 시즌2'가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에선 시청률과 OTT 랭킹과 유튜브 조회수에서 상한가를 치고 있고, 동남아와 중화권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인기도 누리고 있다.

“정의가 실종된 사회, 전화 한 통이면 오케이”라는 드라마의 캐치프레이즈(catchphrase)가 황당하게 받아들여지는 느낌도 있었지만 `모범택시 시즌1'을 보면서 재미와 의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던 시청자의 한 사람인 내게도 `모범택시 시즌2'는 관심의 대상이었다.

이제 중반부에 다다르고 있는 드라마를 놓고 전체적인 소감을 밝힌다는 건 섣부른 예단이기에, 지난 5회와 6회의 내용을 타깃으로 삼아 말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

5, 6회의 주제는 경제적인 이득을 보려고 갈 곳 없는 아이들을 소모품처럼 다루는 나쁜 어른들에 대한 사회적 고발이었다. 고급 아파트 청약 조건을 갖추지 못한 신혼부부들을 미끼로 범죄를 자행하는 강프로라는 캐릭터가 등장했고, 주인공 김도기는 이를 두고만 볼 수 없었다. 믿음과 소망과 사랑과 꿈나비라는 말은 허울 좋은 간판에 불과했고, 실상은 불신과 절망과 증오의 변주곡과 불나방의 무모함이었으니까.

강대헌 에세이스트
강대헌 에세이스트

 

아무 것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준 상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주기는 쉬워도 회복하기는 어려운 것이 상처의 속성이라서 아예 안 주는 게 상책일 텐데, 어른들은 아이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

드라마를 보면서 “어른들이 너무 미안해”라고 밖에는 다른 말을 꺼낼 수 없었다. 때로는 윌리엄 워즈워스의 시 `무지개'에 나오는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The child is father of the man)”라는 말이 아이들 앞에 선 당신의 삶을 싹 틔우는 씨앗 한 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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