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보내며
겨울을 보내며
  • 정창수 시인
  • 승인 2023.03.1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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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정창수 시인
정창수 시인

 

가는 겨울엔 폭설이 자주 내렸다. 팬더믹에 갇혀 있었는데, 눈 더미에 또 갇혔다.

조그마한 경작지에 표고 목을 세워놓은 작은 하우스 한 동이 폭삭 주저앉았다. 원인이 무엇일까 곰곰이 분석해보니 답이 나왔다.

표고 목을 세우기 전 산머루와 청포도 넝쿨을 올려 과실로 와인을 담을 목적으로 지었다.

유해 조수가 많아 잘 여문 열매를 수확하기 전 한 송이도 남기지 않고 전부 몰수해갔다.

그런 상황에 표고재배를 권유받고 청포도와 산머루를 무시하고 그늘막을 씌운 것이 원인이고 두 번째 재난에 대비하지 못한 것이다.

봄눈 내려 녹듯 그늘막 얼기설기한 틈으로 빠져나갈 것이라는 단순함 때문이었다.

폭설대비 그늘막을 제거해 두었더라면 하우스가 붕괴 되는 것 또한 막았을 터이다. 가장 큰 문제는 용도변경이 문제였다. 사용의 목적에 부합하게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함이었다.

어느 조건이든 목적에 맞는 환경이어야 함을 똑똑히 배웠다. 아무 시설이든지 사용해서는 안 된다. 충분히 용도에 맞게 설계되어 시설한 공간에서 작물이든 동물이든 생산성이 보장될 것이다.

이 지경에 머리를 스치는 목민심서 십 훈이 떠오른다.

매일 밥 먹듯 생활하려 했든 구절들 “유비무한의 자세로 재난에 대비하라/말하지 말며 격렬하게 성내지마라/스스로 직위를 구하지마라/청렴은 목민관 본연의 자세다/절약하되 널리 베풀어라/궂은일도 기쁜 마음으로 행하라/대중을 통솔하는 길은 위엄과 신용뿐이다/실제적인 배움을 중시하라/세력자의 횡포를 막아라/청렴하게 물러나라”지금도 그렇다.

근본적인 문제의 답은 유비무한일 것이다.

산업현장에서 작업 전 안전에 대한 경각심고취의 구호제창 하듯 모든 일에 우선 되어야 할 것이다.

한 번 무너지면 소요된 모든 것은 복구불가다.

자연의 힘 앞에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이렇게 될 것이다.

근래 일어났던 대형 참사들을 보더라도 유사점이 많은 것 같다. 그 또한 안일함과 대책이 없었다는 것, 대비하지 않은 문제 아닐까.

하늘은 불의에 대비하지 않고 요행을 바라는 자 앞에는 무용지물이다.

겨울나기까지 삶에 가르침이 많았다.

눈이 한파에 얼어버려 쌓인 그 위로 또 하얀 눈 그 위로 또 폭설 앞에 결국 무너지더라.

농업인은 필수적으로 보험에 가입해야 재난에 보호받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소작농들은 보호받을 길이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

더불어 살아온 가축들 달걀 놓아주는 청계 닭 다섯 마리와 손자가 귀에 대고 “진돗개라 하지마세요 할아버지” 시골자부르종이예요.

한참 무슨 말인지 생각하다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두 마리 백구가 있다.

집에서는 가축이 발목을 잡으니 처분하라하는데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살아있는 동물이니 눈이 쌓여 차량 불통 때에는 마을 어귀에 주차하고 한참을 걸어서 물 데워 사료 주고는 했다.

돌보지 않으면 살아남는 수 없기 때문이다. 어디든 우리의 보살핌이 없다면 어려움을 겪을 주변을 살펴볼 일이다.

자그마한 산골 개울 여름밤엔 반딧불이가 별 무리보다 많아 손자들 방학이면 잠을 설치며 반딧불이 군무를 볼 수 있는 곳 아직 오염되지 않고 살아 있는 자연 그대로이다.

우리는 항상 유비무한의 생활로 난국을 극복해야겠다.

세심하게 자연이 오염되지 않도록 배려하는 마음가짐도 꼭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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