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사교육을 줄이셔야 합니다
어머니, 사교육을 줄이셔야 합니다
  • 이송현 충북교육도서관 사서
  • 승인 2023.03.13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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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 읽기
이송현 충북교육도서관 사서
이송현 충북교육도서관 사서

 

지난 달에는 `도서관, 미래를 보다'를 주제로 초·중학생 37명을 대상으로 청소년 독서캠프를 운영했다. 19일에는 도서관에서 만날 수 있는 인공지능로봇 루카, 전자책, VR 등 디지털 콘텐츠를 체험해보는 시간을 우리 도서관에서 보낸 뒤 20일에는 국립중앙도서관의 실감서재 등을 방문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첫 날 아이들에게 충북지역 초· 중·고 학생이라면 누구나 볼 수 있는 6만여종의 학생용전자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알려주고 읽은 책이나 읽고 싶은 책을 밴드에 올려서 공유하도록 했다.

그 때 한 친구가 도서 `어머니 사교육을 줄이셔야 합니다'(정승익· 메이트북스)를 캡쳐하여 올려두었는데 나는 빨라도 6시 30분 이후로 아이를 하원시킬 수 있기에 마침 그 시간을 벌어보겠다며 합기도부터 사고력 학원까지 투어를 하고서 머리가 지끈지끈했던 시기라 꼭 읽으라고 올린 것 같은 제목에 홀린 듯 읽게 되었다.

`부모들은 자녀의 연령에 따라서 교육해야 하는 수많은 것들에 노출됩니다. 정보에 더 많이 노출될수록 우리는 불안해집니다. 현실적으로 각 가정에 요구되는 교육들을 충실하게 해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우리 아이만 뒤처지는 것 같고 부모의 역할을 다하고 있지 않은 것 같은 우울감에 빠집니다.(p.33)'

그랬다. 불안했다. 책 육아 인플루언서의 없는 게 없는 시대, 결핍이 결핍된 시대에 아쉬울 게 없는 아이들이라는 내용의 SNS 글을 읽으면서도 모든 학원을 다 보낼 수 없는 것을 미안해하지 말라고 결핍이 있어야 공부 열심히 더 잘 할 수 있게 된다는 댓글을 읽으면서도 불안했다.

여섯살이니 이름은 그릴 줄 알아야 선생님 손이 덜 갈 텐데 마지막 글자 `환'이 어렵다며 색연필을 내려놓는 아이를 보면서도 새로운 어린이집을 고르면서 한자, 역사, 피아노 등 손 하나 안가게 다 가르쳐준다는 곳과 아이들은 놀아야 한다며 숲 체험을 강조하는 어린이집 사이에서 고민하면서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일하는 어른도 수시로 지치고 번아웃이 오는데 딱히 공부를 해야하는 명확한 동기가 없는 상태에서 학원을 오가면서 놀지 못하고 공부하는 아이들의 속이 멀쩡할 리 없습니다.(p.82)'

`다같이 공부를 멈추고 놀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아이들이 더 안전하게 초중고 12년을 마칠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P.92)'와 같은 문구를 꾹 눌러 하이라이트 표시를 하며 읽었다.

이 책은 비단 사교육 문제 뿐만 아니라 사교육 이전에 생각해야 할 `교육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한다.`결과'는 어쩌지 못해도 `과정'만은 부모가 뜻대로 운영할 수 있다며 아이를 양육할 때 오늘 아이의 눈빛을 놓치지는 않았느냐며 아이와 좀 더 눈을 맞추라는 말이 마음에 남는다.

책 마지막의 `두 아이 아빠 정승익'이라는 저자의 서명이 불안해하지 않고 흔들리지 않고 키울 수 있는 단단한 교육철학을 아이 아빠와 함께 고민해봐겠다는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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