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호수행정'이 왜 이런가
`오송 호수행정'이 왜 이런가
  • 박춘섭 전 CJB 청주방송보도국장
  • 승인 2023.03.12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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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춘섭 전 CJB 청주방송보도국장
박춘섭 전 CJB 청주방송보도국장

딸들을 따라와 오송에 산지 이제 3년이 됐다. 살아보니 오송이 너무 좋다. 특히 돌다리 방죽이라 불렸던 연제저수지 주변이 그렇다.

이곳으로 이사 온 뒤 퇴근하고 나면 특별한 저녁 스케줄이 없으면 아내랑 호수를 돈다. 호수를 돌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사계절 하루하루 모두가 느낌이 다르다.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또 내일의 모습이 아니다. 바람 한 점 없는 날에는 아파트 건물이 그대로 호수에 내비친다. 명경지수가 따로 없는 한 폭의 그림이다. 또 호수 한 켠 늪지대에는 물속에 잠긴 거목들이 연녹색의 이파리들이 뒤엉켜 군락을 이루는데 이국적인 풍경에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이다.

이제 이달 말쯤이면 호수 주변의 벚꽃이 또 장관을 이룰진 대 벌써부터 그런 풍경이 기대된다. 겨우내 철새가 한동안 눌러앉다가더니 얼마 전에는 미호강을 찾은 가창오리떼가 호수와 하늘을 뒤덮어 그 군무가 가히 장관을 연출하기도 했다. 호수와 가까운 이곳 오송사람들만 누리는 호사였으리라.

이제 가지마다 살을 통통히 찌운 왕벚나무들이 벚꽃을 터뜨리기 일보 직전에 있다. 그러면 이곳 주민 뿐 아니라 청주시내나 조치원에서 더러는 KTX를 타고 오송역에서 내려 찾아오는 상춘객들로 붐빌 것으로 예상된다.

각설하고 아쉬운 게 있다면 호수를 관할하는 오송읍행정복지센터나 청주시청 또는 농어촌공사의 획일적인`호수변 행정'이다.

지난 가을부터인가 앰프를 사용한 버스킹 같은 소음 유발행위를 못하게 막는 플래카드를 계속 내걸어 놓고 있다. 이 현수막 설치 이후 호수변 곳곳에서 한두 명씩 버스킹을 하던`서정적인풍경'(?)이 졸지에 사라져 버렸다.

호수와 꽃과 음악이 잘 어우러지면 주민 정서에도 도움이 되고 오히려 호수 주변의 명물로도 키울 수 있음에도 일부 민원이 제기된다는 이유로 이를 못하게 하는 행정이야말로 답답하기 그지없다.

서울의 홍대거리나 부산 해운대, 광안리 백사장 같은 곳이 얼마나 버스킹 장소로서의 효용가치가 높고 심지어는 관광아이템으로도 괜찮은가. 유럽의 웬만한 도시에서도 버스킹은 라이센스를 얻어 앰프의 세기 등을 고려해 평일이나 주말 휴일 할 것 없이 도심 한복판에서도 허용하고 있다.

차제에 관할 기관들은 획일적인 잣대만 들이댈 게 아니라 큰 소음을 유발하지 않는 버스킹을 일정 안의 범위에서 활성화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어떤가.

오송주민자치위원회 같은 직능단체들도 기관들이 이런 규제만 내세우는 것에 대해 목소리를 내도록 권하고 싶다.

다가오는 벚꽃 피는 날에는 호수변에서 잔잔한 음악 소리가 들렸으면 좋겠다. 그러면 사는 것이 확인된 수달들도, 물고기들도, 철새들도 덩달아 좋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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