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삶
건강한 삶
  • 양철기 교육심리박사·한솔초교장
  • 승인 2023.03.09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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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문앞에서
양철기 교육심리박사·한솔초교장
양철기 교육심리박사·한솔초교장

 

철학자 니체는 스스로를`망치 든 철학자'라고 부를 만큼 전통적인 가치관을 무너뜨리는 파격적인 주장을 했다. 니체의 이러한 과격한 주장의 핵심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 `어떤 삶이 정말 인간적인 삶인가',`어떤 삶이 건강한 삶인가'라는 것에 대한 질문과 대답에 있다.

니체는 삶에는 반드시 도달해야만 하는 특정한 목적이 있는 게 아니며 그런 목적을 설정하고 거기에 매달리는 삶은 건강하지 못한 삶이라고 했다. 자신의 몸이 원하는 바에 귀를 기울이고 그 상이 분명해지거든 그것의 실현을 위해 온전히 힘을 쏟는 것, 마치 순간에서 영원을 살 듯이 온몸으로 무언가를 일구고 수행하면서, 이를 통해 계속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는 삶이 건강한 삶이다.

삶의 유일한 목표를 설정하고 거기에 도달하기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소되고 삶이 완성된다고 생각하며 달려가는 것은 일종의 고통스러운 경주이다. 유일한 목표를 정하고 거기에 다가가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자책을 넘어 죄책감을 느끼며 살아가는 삶은 건강하지 못한 삶이다. 온몸으로 무언가를 일구고 수행하면서, 이를 통해 계속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는 삶이 건강한 삶이다.

삶에는 도달해야 하는 특정한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삶에는 끊임없이 새롭게 만들어지는 무수히 많은 가치만 있을 뿐이다. 매 순간 그런 다양한 가치들을 만들어내는 데 심혈을 기울이며 살아가는 삶이 건강한 삶이라고 니체는 주장한다. 건강한 사람은 특정한 목적에 메이지 않고,`하지 않고서는 배겨낼 수 없다고 온몸으로 느끼는 것들'을 행하면서 그걸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내는 사람들이다.

니체는 병든 삶과 건강한 삶이 뒤섞인 현실의 삶을 긍정한다. 그것도 철저히. 건강한 삶의 추구는 참혹함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며, 그 참혹함을 견뎌낼 수 있어야 한다. 이를테면 병든 삶을 사는 자들의 쑥덕거림, 따돌림, 야비한 공격, 그리고 그로 인한 고독 등을 견뎌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병든 자와의 대결로 인한 파괴의 처참함도 견뎌내야 한다. 그래서 현실의 참혹함을 직시하고 그걸 웃어넘길 줄 알아야 한다. 이러한 삶이 니체가 말하는 건강한 삶이다.

철학자 최준호는 그의 저서 `철학여행'에서 웃어넘긴다는 것에서 `웃음'이란 대체 어떤 웃음인지를 다음 예를 통해 적절하게 표현하였다.

야구를 그 누구보다 사랑하고 그런 만큼 세간의 삐딱한 시선과 편견에도 새로운 차원의 야구를 한다는 마음으로 한 게임 한게임에 온 힘을 쏟아부으며 감독의 길을 걸어온 사람이 있다고 치자. 그가 야구 인생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2023년 한국시리즈 7차전 9회 말 투 아웃 상황에서 심판의 오심으로 최종 승리를 놓쳤다. 그 심정이 어떨까. 이런 상황에 직면했을 때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까?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울분을 토하며, 심판을 응징하려 혈안이 되는 걸까? 아니면 `명백한 오심이었다. 그러나 오심도 야구 일부다'라고 웃어넘기면서, 또 다른 도전을 향해 걸어가는 것일까? 니체가 건강한 삶과 관련하여 말하는 웃음은 아마도 이와 유사한 웃음이리라.

순간을, 삶을, 영원처럼 살다 가는 것. 늘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며 쉼 없이 혁신을 꾀하는 삶. 순간의 충동에 자신을 내맡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한순간 한순간을 영원처럼 사는 삶.

삶의 구체적 양상은 각기 다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서 현실의 참혹함마저 웃음으로 넘기며 자기 길을 뚜벅뚜벅 가는 삶. 참 멋진 인생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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