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자 전문가로 지방행정에 참여하기
시민이자 전문가로 지방행정에 참여하기
  •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 승인 2023.03.08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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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포럼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필자는 직업적인 이유로 중앙부처나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에 참여하거나 자문하기 위해 종종 활동하고 있는데 공무원을 지낸 경험이나 행정법을 전문으로 하는 경력이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법률가로서 행정영역에 대한 이해는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 등 행정사건 및 법제 자문의 수행에서 행정의 합목적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도록 기여함은 물론 법률가들에게 취약한 편인 정책 입안 과정에서 적극행정을 상기시키고 창의성을 자극하여 공무원 조직을 긴장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문가 아닌 순수히 시민의 지위에서 지방행정의 정책 결정이나 사후 감시에 참여하기란 전문성과 효율성 면에서 쉽지 않습니다. 정책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것으로는 공청회 등에서의 의견 제시나 국민권익위원회 소관의 `국민제안' 정도이고 사후 감시에 참여할 수 있는 것으로는 개별적인 단순민원이나 집단적인 고충민원의 제기, 감사청구, 지방의원을 경유하는 `청원' 등이 있습니다.

법률가와 같은 전문가 역시 시민이지만 주권자인 시민을 도와 공익을 대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무원과의 사이에 중요한 중간적 지위로서 기여할 수 있습니다. 다음의 두 사례를 통해 도정(道政)과 시정(市政)에 참여하는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하나, 현 충북의 최대 현안으로 추진되는 것이 바다가 없는 충북에 호수라는 천혜의 자원을 활용하고 이에 대한 규제를 풀어 `레이크뷰 르네상스'를 열자는 것입니다. 충북지사의 최대 역점사업이기도 합니다. 도민에게 약속한 것을 실현하고자 충북의 미래 먹거리를 위함에 매우 분주한 것으로 알고 있기에 두 가지 측면에서 제안을 드립니다.

첫째, `레이크뷰 르네상스 프로젝트'라는 말이 너무 어렵습니다. 전 세대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우리말로 바꾼다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둘째, 호수라는 지형지물에만 고착되지 말고 호수를 낳게 한 발원지와 물길을 이어 충북의 곳곳에 저마다의 이야기가 살아 숨쉬도록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제주의 올레길이 좋은 사례입니다. 금강과 남한강은 물론이고 여기에 합수되는 지류인 영동의 초강천, 옥천과 보은의 보청천, 청주의 무심천, 증평의 보강천, 제천의 제천천, 음성과 진천의 미호강, 보은에서 괴산을 거쳐 충주까지의 달천 등 아름다운 물길이 차례대로 모두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물길 곳곳에 마을의 특산품을 판매하여 농가의 소득도 올리고 많은 사람들이 청풍명월을 오롯이 누렸으면 합니다.

둘, 한 초등학교 근처 오랜 맛집에서 밥을 먹다가 주인으로부터 들은 고충입니다. 당장 오늘부터 점심시간에 유예 없이 주차 단속을 실시한다고 하여 손님들이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 영업에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의 안전이라는 명제는 누구도 이의를 달 수 없는 것이지만 그로 인해 오랫동안 맛있는 음식을 제공한 골목상권에는 아주 부정적이라는 것입니다. 지역상권 살리기 역시 중요한 지향점입니다.

위 고충사항이 과연 해당 지역과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적극행정의 일환으로 발굴된 것인지, 아니면 아파트단지 등의 조성으로 새로운 거주자들의 요구에 의해 원래 이익을 누리던 사람들에게 불이익으로 돌아가는 문제인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또한 주차 단속이 아니라도 학교 밖의 인도와 철제 울타리로 인해 해당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의 이동권은 물론이고 점심시간대의 탄력적 주차 허용은 아이들의 하교시간을 고려해도 별 문제가 없습니다. 필자가 아동친화도시 청주시를 위한 아동권리 옴부즈퍼슨임에도 과도한 규제라고 생각합니다.

특정의 지상명제에 함몰되어 행정의 이면에 발견하지 못한 불이익이 있는지, 어떤 불이익을 예상했는데도 다른 이익을 위해 불이익을 그냥 감내하라는 것인지, 적법하더라도 부당한 부분이 있는지, 시민 모두를 위해 다수의 이익 뿐만 아니라 소수의 불이익도 신중하게 살필 수 있는 행정을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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