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 드나드는 여자
모텔 드나드는 여자
  • 연서진 시인
  • 승인 2023.03.07 18: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生의 한가운데
연서진 시인
연서진 시인

 

“언니, 잠시 시간 되세요? 할 말이 있는데요. 혹시 근래에 모텔 가신 적 있으세요?”

평소 고객이던 손님이 찾아와 조용한 목소리로 물어 뜬금없는 모텔 이야기에 무슨 말이냐고 물었다. 자신의 손님 중 한 분이 언니가 모텔 가는 것을 보았다고 하면서 중요한 비밀을 알려 주듯이 속삭이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

“사람은 오래 봐야 한다더니 미용실 사장이 모텔을 들락날락할 줄 몰랐지 뭐야. 한두 번 본 것이 아니야, 아주 못 됐어.”

미용실 고객 중 홍대 근방에서 네일샵을 운영하다 부모님의 건강이 나빠져 모텔 경영을 대신하고 있다. 삼십 대 중반 이른 나이에 시골로 와 모텔에 매여 있어 평소 좋아했던 네일로 스트레스를 풀며 취미 생활을 하고 있다. 오른손잡이인 그녀의 왼쪽손톱은 언제나 아트가 화려하고 오른 손톱은 심플한 색채감으로 눈길을 끌었다. 그녀가 운영하는 모텔 프런트 룸은 네일샵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했다.

딱 세 사람의 손톱을 무료로 관리해 주고 있는데 운 좋게 그중에 속하게 되었다. 늘 물을 만져 거칠기만 했던 손이 모텔 주인장 덕에 호사를 누리고 있다. 한 번 들어가면 서너 시간이 훌쩍 지나는 터라 누군가 들어가고 나오는 것을 본 모양이다.

“카더라”는 정확한 근거 없는 말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고의로 퍼트리거나 전달하는 행위를 말하는 신조어이다. 근거 없는 이야기들은 다수가 즐겨 보는 유튜브 계정에서 자주 검색하는 알고리즘과 비슷한 영상을 추천해 준다. 이를 이용한 가짜 뉴스의 유포자들은 돈을 목적으로 눈길 끄는 썸네일과 자극적인 제목으로 사람들을 현혹한다.

일부 유튜버들은 이러한 점을 악용해 부적절한 내용으로 사람들의 클릭을 유도해 가짜 뉴스가 넘쳐 나는 세상이다. 일부 연예인들은 있지도 않은 사실로 시달리고 있어 소송을 불사하기도 한다. 비단 연예인만 문제 되는 것이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피해 보고 있다. 인공지능이 급성장하면서 정치나 경제의 목적으로 AI를 이용해 온갖 가짜 뉴스를 생성해 낸다. 진실의 유무를 구별하기 어려운 일부 시민들은 가짜 뉴스를 보고 카더라 통신이 되어 여기저기 발을 만들어 달리게 한다.

모텔의 출입 사건은 보는 이의 시각에서 그럴 수 있겠구나 하며 웃으며 마무리 지었다. 해명 아닌 해명하는 나도 웃고 카더라를 듣고 놀라 달려와 전해 준 손님도 웃었다. 작은 시골 동네인 이곳은 어느 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 알고 있고 알고 싶어 하는 곳인 만큼 말이 빠르게 전해지는 곳이다. 발 없는 말은 천 리를 간다는데 딱 시골 작은 동네를 두고 하는 말 같다.

처음엔 이 무슨 상황인가 했지만 말 그대로 난 모텔에 간 것도 맞고 수시로 들락거린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길 건너 골목을 사이에 두고 영업하는데 모텔에 갔다면 이유가 있으리라 유추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묘한 상황에 기분 나쁜 것보다 모텔에 출입하는 것을 보고 사실 유무 확인 없이 나쁜 여자로 만든 카더라 설정에 씁쓸했다.

며칠 뒤 네일 케어를 받기 위해 모텔에 갔다. 그녀에게 시술받는 내내 모텔 해프닝으로 참 많이도 웃었다. 전혀 신경 의식하지 못한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나쁜 여자가 되기도 하고 행실이 단정하지 못한 여자가 되어 남의 입에 오르내릴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앞으로도 모텔 출입을 간간이 해야 할 텐데 이러다 온 동네에 모텔 가는 여자로 주홍글씨가 새겨질 수도 있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