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3.03.06 1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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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올해는 3·1 독립만세운동이 일어난 지 104주년이 된 해다.

일제 강점 36년의 역사가 아직도 그늘로 남아있는 이 땅에서 3·1 독립만세 운동을 외치던 그날의 함성은 여전히 우리의 삶에 메아리로 다가온다.

일본 군국주의 피해국으로서만이 아니라 한 인간의 존엄을 위해서라도 우리가 잊어선 안 될 사건들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일제 강점의 고난도, 6·25전쟁의 아픔도 겪어보지 않은 세대가 훨씬 많아졌지만 한국이라는 공간 속에서 벌어진 모멸과 상흔의 역사를 반추하는 일은 모두의 몫이 되었다. 이는 역사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공동의 의지이기도 하다.

올해 3월 1일은 처음으로 타국에서 맞이했다.

문학기행 차 떠난 길이었는데 일행이 모두 버스에 오르자 여행사 대표가 3·1절 기념식을 거행하겠다고 알렸다.

가벼운 묵념 정도로 그치겠지 싶었는데 기념사를 시작으로 애국가 제창, 독립운동가와 순국선열을 위한 묵념, 독립운동의 노래, 만세 삼창까지 준비해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온전하게 3·1절 기념행사를 치렀다.

특히 `기미년 3월 1일 정오, 터지자 밀물 같은 대한독립만세~~'로 이어지는 대목에선 울컥, 차오르는 감동에 노래를 따라부르지 못했다. 타국이라는 공간적 의미도 작용했겠지만 최근 들어 한일 관계 개선이란 명분 하에 이루어지는 이상한 일들이 3·1절과 오버랩된 것도 이유다.

실제 지난달에는 서울의 한복판에서 일본 천황의 탄생일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고, 이 자리에서 기미가요가 흘러나와 일본 유수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3·1절 기념일에 일장기가 가정집에 걸리는 일이 발생해 충격을 주었다.

일제 강점의 역사가 청산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쟁을 주도하고 국민의 삶을 말살시킨 전범 국가의 국기가 버젓이 이 땅에 걸린다는 것부터가 용납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아니 그보다 국민 정서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들이 너무도 쉽게 행해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더 놀랍기만 하다.

이런 가운데 6일 외교부는 2018년 대법원에서 강제동원 배상 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우리 정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배상금을 지급하는 `제3자 변제' 방식을 발표하면서 반일 감정을 자극하고 있다.

대법원의 판결을 뒤집고 일본기업을 대신해 한국기업들이 배상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발표에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일본 정부의 사죄와 전범기업의 배상을 요구했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피해자 후손들은 “피해자와 유족을 두 번 세 번 또 고통받게 하는 것과 같다”며 분노를 표했다. 상처가 아물지 않은 피해자의 절규를 외면해선 안 될 것이다.

가해국과 피해국인 한일 관계는 참으로 복잡하고 미묘하다.

혹자는 지나간 역사라는 말로 관용적 입장을 취하기도 하고, 혹자는 미래 관계라는 말로 역사적 사실을 회피하려 한다.

하지만 분명한 건 대부분의 국민은 여전히 반일감정을 지워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상흔이 클수록 가해국의 반성과 성찰이 더 많이 요구됨에도 그들의 태도는 거리가 멀다.

이 또한 강점의 역사를 겪은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이지만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그들은 얼마만큼의 노력하고 있는가를 되물어야 한다.

급할 것 없는 한일관계 개선이다. 가해국이 가해를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피해자가 용서하자고 목소리 높이며 이상한 논리를 내세우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대등한 위치에서 대등한 목소리를 낼 때 한일관계도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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