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의 뿔처럼
무소의 뿔처럼
  •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 승인 2023.02.23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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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문앞에서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신규교사에게 선배교장이 몇 가지 조언을 해준다.“선생님, 교직사회는 좁습니다. 몇 년 지나면 누가 누군지 다 알아요. 실력은 대동소이하기에 중요한 것은 평판(reputation)입니다. 평판!” 선배는 신규직원에게 좋은 평판을 쌓아가게 인도해 주면서 자신의 말을 잘 듣고 따라주기를 은근히 요구한다. 조직생활에서 중요한 좋은 평판을 쌓아가게 만들지만 10년, 20년 후 그들의 삶은 더 행복할까.



# 평판

가능하면 좋은 타인에게 좋은 이미지를 주고 좋은 평판을 얻고자 함은 인간의 본능이다. 인류가 수렵채집과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그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자신이 어떻게 외부에 비추어지는지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큰 부락을 이루어 살면서 개개인을 속속들이 알기는 힘들기에 누가 이렇다더라 하는 소위 `평판'이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 개인의 실제적인 모습보다는 외부로 들어난 모습이 그 사람을 규정하게 되었다.

친구모임이나 친목모임이 있을 때 가만히 지켜보라. 그 모임에서 하는 이야기의 90퍼센터는 다른 사람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다.

독일의 영향력 있는 지식인 롤프 도벨리(R. Dobelli)는 그의 저서 `불행 피하기 기술'에서 사람들이 당신을 추켜세우든, 험담을 하든, 그것이 당신 삶에 미치는 실제적인 효과는 당신의 생각보다 훨씬 적다고 한다. 그러므로 지금 당장 그런 평판으로부터 자유로워지라고 하면서 타인들의 평판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면 다음의 몇 가지 이점이 있다고 한다.

첫째, 감정적 롤러코스터를 타지 않아도 된다. 아마 조직생활을 해본 사람이면 인사권을 가진 높은 분이 잠시 미소지어 줄 때, 혹은 굳은 표정으로 눈을 마주치지 않을 때 당신의 감정이 어떠했는지 경험이 있을 것이다. 평판은 단기적으로 끌어올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결국 노인이 되면 합당한 평판을 얻게 된다. 그러니 순간순간의 평판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둘째, 평판이나 명성에 과도하게 신경을 쓰다보면 자신을 진정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깨닫지 못하게 된다. 이런 사람은 10년 남은 퇴직 후의 삶을 계획하고 걱정하느라 현직 10년의 세월을 허비하는 것과 같다.

평판이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내가 나를 평가하는 내면의 점수표이다. 다른 사람들은 못마땅해 하지만 정작 나는 내가 하는 일을 좋아할 때 행복할 수 있다. 반대로 다른 사람들은 나를 칭찬하지만 나는 내가 하는 일에 만족감이 없을 때 불행할 수 있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최초의 불교경전인 `숫타니파타'에는 그 어떤 것에도 집착하지 말고 어떤 권위에도 주눅 들지 말며 오직 자신의 주인으로 당당히 살 것을 권하는 대자유의 언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라는 게송(偈頌)있다. 세상 평판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노래하고 있다.

`홀로 행하고 게으르지 말며 비난과 칭찬에 흔들리지 말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묶여 있지 않는 사슴이 숲속에서 먹이를 찾아 여기저기 다니듯이, 지혜로운 이는 독립과 자유를 찾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실제로 타인은 나를 잘 모른다. 박노해 시인은 시`비난자'에 그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나를 안다 하는 사람은 많으나/ 나를 알아보는 사람은 없어라.// 나를 알지도 못하고 비난하는 사람은/ 얼마나 고마운 일꾼들인가/ 그가 내게 쏜 화살이 빗나가는 것을 보고/ 나는 나의 위치를 올바로 점검 한다.// 그들은 나에게 거기에/ 그렇게 머물러 있으라고 요구하나/ 난 이미 여기 와있고/ 나날이 새로워지고 있는 중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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