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감암주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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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각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 승인 2023.02.23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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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무각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무각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산 위에 흰 구름 더욱 희고

산속에는 흐르는 물 또 흐르네.

이 속에서 나는 살고프네.

나를 위해 흰 구름이 한 자리를 비워주고

이 몸도 그대처럼 맑은 바람 타고서

강과 산 곳곳에 마음대로 노닐며

무슨 일 하여 볼까?

흰 갈매기 동무삼아 파도 위에 놀아볼까?



반갑습니다. 괴산 청운사 여여선원 무각입니다. 입춘이 되고 아직은 날씨가 조금 춥기는 머지않아 희망처럼 꽃망울 들이 올라올 것입니다. 이 시간에 탁마할 공안은 제법실상형 공안인 `무문관 무문관 제11칙 주감암주(州勘庵主) 4.'입니다.

법에 밝다는 것은 자신이 전혀 미혹되지 않아서 어떤 생각도 없고 두려움도 없다는 것을 뜻하지요. 그렇습니다. 공안은 자신이 확철한가? 그렇지 않은 지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절대로 남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조주 선사라고 해서 우리가 잘 아는 유명한 스님이니까 무조건 법이 확실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또한 금물이지요.

그렇다면 첫 번째 암주와 두 번째 암주 중에 누가 더 법에 밝은 걸까요? 이것이 바로 남의 이야기라는 말입니다.

어쨌든 무문 선사는 원래 공안의 의미를 잘 살려서 거미줄을 몇 개씩 쳐 놓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약간 흔들려 버리면 거미가 어디에서 나타나는지도 모르게 순식간에 거미줄로 먹이를 확 감아버려서 꼼짝 못하게 하고 있네요. 그러나 아무리 수없이 거미줄을 쳐보아도 빠져나갈 방법은 있습니다. 그게 바로 자신의 안목인데요.

묘안은 바로 “계십니까?” 이것에 있습니다. 이것이 어디에 있습니까? “계십니까?” 답은 지금 여기라는 것 뿐입니다. 이것을 알면 조주 선사의 속내를 간파할 수가 있습니다. “계십니까?” 하는 한 마디에 선사는 아마도 주먹을 쥐거나, 뛰어나와 인사를 하거나, 아니면 웃거나, 찡그리거나 등등의 여러 가지로 답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에 “계십니까?”에서 답을 못 찾는다면 놓을 줄도 알고, 빼앗을 줄도 알고, 죽고 살릴 줄 알며 절을 하면서 수긍 한다고 해도 역시 모르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계십니까?” 했는데 두 암자 모두 답이 없었다면 조주 선사는 아마도 이 암자에서 편하게 머물 수 있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생각이라는 망상이 두더지처럼 튀어 나오고 들어가도 단지 그것이 분명하다면 땅으로 숨는 일조차도 이 손가락 하나를 벗어나지 못 합니다. 다만 이것이란 말이지요. 주변의 평가에 웃고 울며 일희일비 사는 삶은 마치 바람에 나뒹구는 나뭇잎 같은 수동적인 삶에 불과합니다.

인간은 다른 매개가 없어도 당당한 삶의 주체 될 수 있으며 삶의 주인공이 될 수가 있을 것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무문관 제12칙 암환주인(庵喚主人) 1.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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