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의 시대
레트로의 시대
  • 류호철 충북문화재연구원 유물관리팀장
  • 승인 2023.02.19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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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문화유산의 이야기
류호철 충북문화재연구원 유물관리팀장
류호철 충북문화재연구원 유물관리팀장

우리는 지금 `레트로'라는 말에 너무도 익숙하다.

과거의 추억이나 전통 등을 그리워하고, 그러한 것들을 지금에 재현하거나, 재해석하는 것들을 아울러 이르는 표현이다.

최근에는 그 의미나 범위가 더욱 확장되어 뉴트로, 힙트로, 빈트로 등의 개념들도 쓰이는데, 결국은 전부 과거의 것을 다양한 방법으로 즐기는 것에 포함된다.

아무리 생각해도 과거의 것들이 조명되고 유행하는 것이 이토록 오래 지속되는 것을 본 적이 있나 싶다. 레트로, 혹은 빈티지라고 하는 것은 항상 일부의 기호, 혹은 돌고 도는 유행에서 잠깐 나타나는 일시적 문화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러한 개념이 곧잘 적용되던 패션이나 인테리어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대중문화와 각종 산업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대 레트로의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시대는 새로운 정보에 대한 접근이 매우 쉽고, 이러한 접근이 모든 세대, 지역에 걸쳐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기에, 사람들이 향유하는 문화의 편차가 작아졌다. 그렇기에 새로운 것은 순식간에 소비되어 버리고, 과거의 것들이 재소비되는 경향이 커진다.

또한 그러한 재소비의 사이클은 점점 짧아져서, 당장 10년 남짓 된 물건조차 언제 다시 레트로가 되어 돌아올지 알 수 없어 못 버릴 지경이다.

재밌는 점은 이러한 레트로에 부합하는 과거는 철저하게 경험한 시간에 한정되는 경향이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삼국시대, 고려시대의 패션을 레트로로 즐기는 사람은 없다. 적어도 지금의 가장 윗세대가 그 할아버지나 아버지에게 전해 듣기라도 했을 시기부터가 레트로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러한 문화는 큰 저항 없이 아랫세대들에게 새롭고 신선한 뉴트로, 힙트로의 문화로 전이된다.

새로 건립되는 박물관, 전시관들에는 이런 것들이 벌써 유물이 된 것인가 싶은 근현대의 물건들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새로운 전시기법과 프로그램들을 활용해서 이제는 박물관인지 전시관인지 카페인지 모를 곳도 생겨났다.

과거의 소재지만 단순히 그것을 경험한 윗세대의 향수만을 불러내는 것이 아니라, 최신의 감각과 신선한 재해석을 거쳐 다시 모든 세대가 즐길 수 있는 소재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미 많은 전문가가 근현대의 문화유산들에 대해 중요성을 느끼고,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제도적인 장치들도 마련되고 있다지만, 현장에 있는 입장으로서 근현대 유산에 대한 관리, 보수, 보존, 활용 등에 대한 적극적 방안은 아직 부족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레트로라는 문화적 현상은 어찌 보면 이러한 근현대 문화유산의 적극적인 활용에 너무도 적절하고도 유리한 환경이 아닐까 생각한다.

현재 어딘가의 창고에서 손상되고 있거나, 무의미하게 진열 전시되어 아무도 찾지 않는 레트로의 소재들을 다시 정리하고 가다듬어, 새롭고 신선한 뉴트로의 소재로 만들 방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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