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 맞을 사람
벼락 맞을 사람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3.02.06 1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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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어르신들이 단단히 뿔이 났다. 최근 서울, 대구 등 지자체가 잇따라 도시철도 무임승차 연령을 현행 65세에서 70세로 상향하는 방안을 공론화하면서다.

65세 이상 전국 850만명의 노인을 대표하는 대한노인회 김호일 회장은 지난 주말 `벼락 맞을 사람'이라는 격앙된 표현까지 쓰며 날을 세웠다.

김 회장은 주말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전철 무임승차 공론화 움직임에 대해 거침없이 불만을 쏟아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무임승차 연령을 70세로 올리자는 주장에 대해 “말이 안 된다”며 단칼에 일축했다.

이어 “한국은 55세부터 정년이 시작된다. 65세면 벌이가 없는 상태(실직자)가 되는데 (그러면) 일자리가 없는 65~69세는 (전철 혜택) 사각지대에 몰린다. 정년 기준연령을 69세로 늘려서 벌이가 있게 한 후 70세부터 차비를 내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일자리가 없는데 돈을 내라고 하면 65~69세가 노인학대를 받는 것”이라며 “그런 발상을 하는 사람이 벼락 맞을 사람이다. 너무 현실을 모른다”고 지적했다.

인터뷰에서 김 회장은 전철 무임승차 연령 상향 움직임에 대해서 조목조목 논리적으로 반박했다.

크게 세 가지 사유를 꼽았다. 낮 시간대의 지하철 빈자리와 노인 무임승차의 사회 경제적 효과, 노인들의 현 국가 경제 기여도, 해외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노인복지 제도 등이다.

김 회장은 “낮에는 지하철에 빈자리가 많다. 거기에 노인이 몇 사람이 탔다고 적자가 날 게 뭐 있느냐. 노인이 안 타도 그 지하철은 달릴 건데 노인이 탔다고 전기 요금이 더 드는 것도 아니지 않으냐”며 서울시와 대구시의 입장을 반박했다.

이어 노인 무임승차의 사회 경제적 효과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65세 이상 노인에 한 해 45조원의 의료비가 들어간다. 지하철 무임승차로 인해 노인들이 1만보를 걸어다니며 건강을 유지하고 국가가 노인 의료비 지출 예산을 줄일 수 있으니 되레 이익'이라는 논리다.

국외 선진국보다 턱없이 부족한 노인 복지(노령 연금 등)에 대한 지적도 했다.

그는 “선진국 중 노령수당(한국식 기초연금)을 100만원 주는 데가 많다. 우리도 100만원 주고 나서 차비 내라고 하면 말이 된다. 세계 10대 경제 대국을 만든 주인공이 노인인데 유공 혜택을 줘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노인 빈곤율·자살률 1위를 방치해놓고 차비로 시비 걸면 벼락 맞을 일이다”고 덧붙였다.

지자체의 방만한 도시철도 부실 경영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이) 연봉은 7000만원을 받고 보너스는 삼성 그룹 뺨치게 받아가는데 노인 때문에 적자 난다고 하면 말이 안 된다. (서울시가) 지하철 경영 합리화를 해야 한다.”

뼈아픈 지적이다.

실제 서울교통공사는 2020년 1조1000억원의 경영 적자에도 불구 직원들에게 1750억원의 성과급을 줬다. 65세 이상 노인 무임승차에 따른 연간 적자가 300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이해할 수 없는 성과급 잔치다.

대한노인회는 오는 16일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지하철 무임승차 관련 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어떤 해법이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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