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수에 명분·실리 다 잃었다” … 청주시의회 정상화 `감감'
“초강수에 명분·실리 다 잃었다” … 청주시의회 정상화 `감감'
  • 이형모 기자
  • 승인 2023.02.05 2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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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국 의장 野소속 상임위원장 사임서 일괄 수리
민주당 안팎 뒤숭숭 … 전략·협상력 부재 목소리도
여야 원내대표 조만간 회동 약속 … 협의 과정 주목

 

김병국 청주시의회 의장이 더불어민주당 소속 상임위원장들이 낸 사임서를 일괄 수리하자 민주당내에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의장 불신임이라는 초강수를 내던졌지만 명분과 실리를 챙기지 못하고 상임위원장 자리만 잃게 됐다며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향후 의회 운영 주도권이 국민의힘으로 넘어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섞인 표정도 읽힌다.

김병국 의장이 상임위원장의 사임서를 일괄 수리하자 민주당 내에서는 전략과 협상력 부재라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청주시가 기금운용계획안에 포함시켜 의회에 제출한 옛 청주시청사 본관동 철거 예산을 두고 여야 협상은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의장과 부의장, 여야 원내대표, 도시건설위원장, 집행부 담당 국·과장이 만난 간담회 자리에서 민주당 박완희 원내대표는 집행부 국장에게 “참여자치시민연대를 설득시켜 합의를 해오라”고 요구해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에 김 의장은 민주당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협조를 요청하며 중재안을 냈다.

민주당이 본관동 철거예산 삭감을 계속 요구하자 김 의장은 “예산 기금안을 통과시켜주면 3월 30일까지는 예산을 집행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그 기간 시민 여론조사도 하고 문화재청과 협의도 하겠다”고 했다.

이 중재안은 본관동 철거를 일관되게 주장해 온 민주당이 수용할 명분도 필요한 맡큼 시간을 갖고 절충점을 찾으려는 카드로 해석됐다.

하지만 민주당은 예산을 통과시키면 언제든지 집행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의원총회에서 김 의장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했다.

김 의장은 다시 “3월 30일까지 예산을 집행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써주겠다”고 제안했으나 민주당은 이 제안도 거부했다.

김 의장은 최후의 카드로 이범석 시장과 양당 원내대표를 불러 모아 중재를 시도했으나 절충점을 찾지 못해 합의에 실패했다.

양당은 지난해 12월 22일 원포인트 임시회를 열기로 합의하고 양당 원내대표가 수 차례 만났지만 민주당 42명 의원 전원이 수정동의안에 서명해 줄 것을 요구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여야 협상이 파행되자 결국 국민의힘은 단독으로 원포인트 임시회를 열어 기금운용계획안을 가결했다.

이와 함께 민주당 내부에서는 의장 불신임안 제출은 좀 더 신중했어야 한다고 보는 의원들이 많다.

당시 민주당 내부에서는 의장 불신임안 제출로 여당과 대화가 단절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이 불신임안건 제출을 강하게 밀어붙였고 그 결과 상임위원장들의 사임서 수리를 불러 온 `악수'가 됐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의총에서 몇몇 의원들이 의장 불신임안건을 강하게 밀어붙여 놓고 지금와서는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며 “의정 경험이 많은 김 의장과 협상을 하면서 전략과 협상력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 김 의장도 민주당이 불신임의 이유로 제기한 4가지 지적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보였다.

김 의장은 “의회운영 업무추진비 부적절 사용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데도 민주당이 이를 제기하면서 시민들에게 부도덕한 의장으로 비춰지게 됐다”고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제주도 의원연찬회 여행사 부적절 수의계약, 의원 전문성 강화 특강·정책토론회 불허도 적법하게 처리했고 나중에 다 허가했다”고 반박했다.

이에 따라 이번 사안이 박 원내대표의 리더십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지만 최소한 협상에 임하는 원내대표의 재량권이 상당히 줄어들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본관동 철거예산 관련 협상 초기 과정부터 철거 예산 삭감 등 상대방이 받기 힘든 카드를 제시해 고립을 자초했고 의장 불신임안 제출 과정에서도 `주고받기식'의 정치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특히 상임위원장들이 성급하게 사임서를 내면서 실익도 그리고 명분도 하나도 건지지 못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여야 원내대표는 지난 1일 별세한 고 한병수 시의원 빈소에서 만나 조만간 회동을 약속했으나 협상 과정에서 꼬인 실타래를 풀고 의회가 정상화가 되기까지는 상당기간 쉽지 않아 보인다.



/이형모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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