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형상 중심서 샘물처럼 피어나는 커피
연꽃형상 중심서 샘물처럼 피어나는 커피
  • 정연정 문화경제학자
  • 승인 2023.02.02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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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곡동 `수아커피로스터즈'

청주 남쪽의 수곡동이란 지명은 본래 `수골', `숫골(쑥골)' 또는 `숙골'로 불리던 것을 한자화한 것이다. 옛 지명의 유래를 보면 매봉산 줄기가 남서쪽으로 길게 잠두봉까지 이어져 산이 쑥 나온 형상을 하고 있어 그렇게 불렸다는 설과, 주변에 방죽과 물이 많아 수골(水谷)로 불리게 되었다는 설이 함께 전해 온다.

남들에 나지막히 솟아 있는 구룡산, 매봉산, 잠두봉에서 흘러내린 물줄기가 모여드는 중심에 물에서 피어나는 `수아(水芽)커피로스터즈'가 있다. 수아커피는 스페셜티커피를 기반으로 하는 로스터리샵이다. 주인장이 손수 내리는 드립커피는 물론, 프리 브루(사전추출)가 가능한 하이엔드 커피머신 `슬레이어 에스프레소'로 내린 에스프레소도 일품이다. 그라인더도 드립에는 디팅 807 랩스윗과 말코닉 EK43, 에스프레스에는 메저 로버와 콜드S, 과 말코닉 E80으로 나누어 쓴다.

주인장이 처음 커피를 접한 건 우습게도 군대생활 신참 시절이다. 얼차려를 주던 선임병에게서 얻어 먹게 된 PX의 `악마의 유혹, 프렌치카페 카라멜 마끼아또'의 맛을 잊지 못해, 얼마 뒤 스타벅스에서 같은 카라멜 마끼아또를 더더욱 환상적으로 맛본 뒤 커피로 승부를 보자는 마음을 굳히게 되었다.

대구에서 나고 자란 주인장이 커피를 배우던 강릉 테라로사에서 지금의 소중한 인연을 만나게 되었고 그 인연으로 처가가 있는 이곳 청주 수곡동에 카페를 차리게 되었다. 그것이 2018년 10월 12일, 이제 막 4년이 조금 지났다. 같은 이름의 큰 딸 `수아'도 그동안 많이 컸다.

변하지 않는 철칙, `커피는 맛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수아커피의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출발점이다. 따라서 그의 커피 한잔에는 지금껏 십수년간 커피에 오롯이 매진해 온 노력의 총체가 그대로 담겨져 있다.

맛난 커피를 위해서는 우선 에티오피아, 케냐, 과테말라, 코스타리카, 르완다 등 산지별 다양한 생두 자체가 갖고 있는 맛과 향, 캐릭터를 잘 표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절대 태우지 않지만 결코 설익지 않도록' 중약배전으로 필요한 만큼 소량씩 볶는데, 일주일에 보통 6일은 로스팅에 몰두한다. 물도 커피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에 3번의 필터링을 거쳐 최적의 상태로 된 물을 사용한다. 당연히 하루 일과는 열풍식 로스팅기계를 켜는 것으로 시작한다.

커피를 즐긴다면 주인장이 추천한 3가지 원두로 내린 커피를 80ml짜리 컵으로 돌아가며 마실 수 있는 테이스팅코스도 좋다. 또 에스프레소 베리에이션은 모두 디카페인이 가능하다. 커피는 마시고 싶지만 카페인이 잠을 방해할까 두려워 늦은 오후 커피를 꺼려하는 신중년(new senior) 세대에겐 너무나도 훌륭한 선택이 될 수 있다. 1인 1주문시 1500원을 추가하면 아메리카노로 리필된다. 커피양이 부족한 고객들에 대한 멋진 배려로 보인다.

정연정 문화경제학자
정연정 문화경제학자

 

맛있는 한잔의 커피가 생각난다면 지금 바로 `연꽃형상의 중심에서 커피가 샘물처럼 피어나는 수아커피'에 가볼 일이다. 수아커피에 가면 품격있는 스페셜티커피를 언제나 맛볼 수 있다. 디카페인 커피도 다양하다. 무엇보다 편안하고 맛있는 커피를 추구하는 주인장 백상은이 늘 그 자리에 서서 친절한 모습으로 카페인에 진심인 커피홀릭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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