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다 인연 따라
모든 게 다 인연 따라
  • 정인영 사진가
  • 승인 2023.02.02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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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정인영 사진가
정인영 사진가

 

“인연은 내가 만들기도 하지만 운명처럼 내게 찾아와 노닐기도, 다투기도, 시기하기도 합니다.”

서른세 해 동안 공무원으로 있으면서 시작한 사진작업과 퇴직 후부터 순수사진가로 여섯 권의 사진 인문학작품집을 발표한 청람 윤종섭의 말이다. 그는 자신의 마음을 담는 도구인 카메라 옵수큐라를 통해 자연과 소통하며 위안을 얻고, 명상을 하며, 여생을 즐기는 꿈쟁이라고 말했다.

그는 언제 왔다가 미련도 남기지 않고 떠나간 숱한 인연처럼 사람도 언젠가는 물처럼 바람처럼 구름처럼 떠나갈 것을 알기에 인연의 소중함을 이야기하고 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은은한 미소를 지닌 연꽃과 인생의 시절인연으로 풀어냈다.

처염상정(處染常淨) 연꽃이야기를 시작한 그는 상상의 글을 사진 곁에 썼다. 인연의 스침을 다소곳한 연꽃에 날아오는 벌들로 표현한 그는 곱게 피어나는 연꽃의 청정함과 고결함의 상징으로 은은한 미소를 지닌 마음에서 마음의 오고 감을 슬픔도, 인색함도, 아무것에도 매이지 않고 사랑하거나 미워하지 않는다는 뜻을 나타냈다.

그는 넓은 자연에서 저마다 모습으로 피고 지는 연꽃에서 세상의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맑고 깨끗함을 늘 유지하는 인간의 삶을 화내도 하루, 웃어도 하루이니 기왕이면 불평 대신 감사를, 부정 대신 긍정을, 절망 대신 희망을 피워내자고 강조했다.

이는 혼자만의 섬에는 꿈도 행복도 존재하지 않지만 내가 중심이 아닌 상대방이 중심이 되는 배려의 정신이 아름답다고 한 대목과 같음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우리네 인연이란 사람과의 관계이며, 세상을 살아가는 수많은 세월을 시절인연으로 해서 또 하나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우리네 삶이 언제나 앞모습으로만 말해지는 것이 아닌 뒷모습을 통해서도 삶의 진정성으로 존재가치를 깨달을 때도 있다고 말하고, 오는 세월이 희망적이어서 의욕이 생겨나며, 가는 세월을 후회스럽고 쓸쓸한 마음이 들면서도 한편 아쉬울 때도 있을 거라고 하는 의미를 밝아오는 아침 새벽 사진과 저물어가는 저녁노을사진으로 표현했다.

이에 더하여 우리네 행복이 치열한 삶 속에서 일구어내는 찰나적 자기만족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진대 수많은 부딪힘과 끌어안는 찰나적 아름다움이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인간이 살아오면서 숱하게 만나 온 인연을 모를 수 있다면서 이를 모르고 지나쳐온 인연을 우연히 만나면 인연이 되고, 정성을 들이면 끈끈한 인연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이것이 미친 듯이 끌린다 해도 기가 막힐 정도의 타이밍이 아니면 어쩔 수 없으나 자연스레 등장한 타이밍에 의해 인연이 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나를 찾아가는 여행이 인문학의 궁극적 목표라고 하는 말이 있다. 인간은 사회구조, 사회제도, 가족관계, 생로병사, 죽음 등에서 오는 두려움과 원초적 욕구, 식욕, 성욕, 갖고자 하는 욕구 등에서 비롯되는 쾌락과 욕망의 노예가 되지 않고자 스스로 느끼고 반성하며 통제할 줄 알아 인연과 순간을 마음의 충동조율 아래 받아들여야 한다.

사진을 찍는 것만큼이나 글을 쓰는 것도 꽤 힘든 일이다. 하물며 사진에 글이 함께 어우러지게 함은 더욱 어렵고 고통스럽다. 기존의 회화가 자리 잡고 있던 기록방식이 밀려나고 사진이 대중화되어 있는 지금의 현실에서 자신이 찍은 사진에 세상살이의 정답이 될 글을 곁들인 청람 윤종섭의 사진 인문학작품집 `모든 게 다 인연 따라' 는 두고두고 잊을 수 없는 사진컬럼집으로 길이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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