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없는 일상
마스크 없는 일상
  •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 승인 2023.01.31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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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3년이 넘는 긴 세월을 버티고 견디던 끝에 마침내 풀린 입마개의 족쇄가 아무래도 마땅치 않다. 미심쩍은 상태에서 (마스크)해제는 선언되었고, 아직 우리는 당당할 수 없다. 그리고 끝내 환난을 이겨냈다는 기쁨도, 살아남았다는 안도감도 만끽할 수 없는 상태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그날, 609명의 확진자가 도내에서 발생했다는 문자를 어김없이 받았다.

1월 마지막 날 충청타임즈의 1면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장의 모습으로 모처럼 생생하다.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건 알지만 밀폐된 공간에서는 아직 벗기 껄끄럽다”며 “한 번 걸렸다 또 걸린 사람들도 많다고 들어서 최대한 조심하려 한다.”는 시민의 목소리는 진솔하다. “집에 있는 아이가 유치원생이다 보니 혹시 아이한테 코로나19를 옮길까 봐 마스크를 벗지 못하겠다.”는 또 다른 시민의 목소리에는 아직도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해제'는 선언되었으나 우리는 `해방'을 마음껏 느끼지 못하고 있다. 마스크로 속박하던 `의무'는 결코 가볍지 않다. 국가가 강제한 마스크 착용은 감염병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일차적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데 성공하기는 했다. `자유'와 `사회적 공동체'가 대립되는 갈등 구조에도 대체로 통제에 순응했으며, 시민의 자발적 `감시'도 만만치 않았다. 마스크는 당연히 필수품이 되었고, 갑갑함을 견디면서도 우리는 호흡기관의 `포장'뿐만 아니라, 국가와 국민이 혼연일치하면서 일치단결하는 일사불란함의 표상을 국뽕처럼 `포장'하기도 했다.

그 사이, 우리는 표정을 잃어버렸으며, 눈빛만으로 상대방의 정체를 알아차려야 하는 인식의 구조에 길들어져야 했다. 믿음은 얄팍해졌으며, 사회적 거리두기 만큼이나 사람들 사이에 생긴 벽이 갈수록 높아지고 두터워지고 있음은 마스크가 만들어 놓은 굴절된 사회적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아직 우리는 현생의 인류를 일시에 감염과 죽음의 공포로 몰아넣은 코로나19의 정확한 원인을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 박쥐 또는 천산갑이라는 흔하지 않은 동물에게 매개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을 뿐, 인간을 공격한 병원균의 정체나 감염 경로를 추적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무지막지하게 자연의 질서를 파괴하는 미개한 식탐을 비난하면서 문명과 국가 간의 각축과 경멸의 도구로 동원하는 막연하고 우매한 대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환난은 변함없이 가난한 편에 놓인 나라와 백성을 노골적으로 위태롭게 하는 국가 이기주의를 심화시켰다. 바이러스가 다녀간 흔적을 통해 병원균의 침투를 눈속임하는 백신 접종이 가난의 정도에 따라 동시대 인류에게 얼마나 차별적으로 적용되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 또한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쓰고 있어야 하는 환난의 와중이었다.

충청타임즈를 통해 “어디는 되고 어디는 안 되니까 헷갈린다”며 “착용 의무가 해제된 식당이나 카페 같은 곳도 여전히 마스크 착용 안내문이 게재돼 있다 보니 혼란스럽다”고 토로한 시민의 목소리에는 `일상'의 불안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일상'의 시민이 인류적 가치와 자연의 질서, 빈부에 따른 불평등에 대한 모순을 모두 인식하며 살아갈 수는 없다. 그럼에도 시작도 끝도 여전히 불투명하며, 그토록 엄청난 통제와 격리에도 무시로 넘나드는 바이러스의 무소불위한 기세를 원인조차 뚜렷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면서 첨단 과학기술을 자랑하는 `만물의 영장'은 불안하다.

결국 철저한 각자도생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가. 나라의 손이 미치지 않는 곳은 점점 더 많아지고 있고, 마스크도 더 이상 강제하지 않는 시대가 되어 그만큼 `자유'는 커지고 풍성해져야 하는데…

맨 얼굴로도 충분히 부끄럽지 않고 서로에게 따듯한 사람과 병원균을 잔뜩 가진 인간 숙주를 어찌 구별해야 하는지….

썼다, 벗었다 거듭하면서 주머니 속을 만지작거려야 하는 마스크는 안전한 것인지. 일상으로 돌아가는 일이 이토록 어렵고 심각한 일인지, 사람을 이처럼 옭조이는 `해제'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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